최근 여론조사에서 세대(연령) 별로 지지 정당이 뚜렷하게 갈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60대의 다수가 한나라당, 20,30대의 다수가 민주당 쪽으로 쏠리는 비율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40대의 정치 성향이 최근 들어 여당에서 야당 쪽으로 서서히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지난 8,9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RDD(임의번호걸기) 방식으로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 50,60대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율(52.7%, 62.8%)이 민주당 지지율(25.3%, 15.8%)을 두 배 이상 앞섰다. 반면 20,30대에서는 민주당 지지율(33.7%, 32.4%)이 한나라당 지지율(28.0%, 27.6%)보다 앞섰다. 하지만 40대에서는 민주당(34.4%)이 한나라당(30.1%)에 비해 약간 우세했다.
지난해 12월 26,27일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40대의 한나라당 지지율(31.8%)이 민주당 지지율(27.7%)보다 앞섰다. 당시에도 20,30대는 민주당, 50,60대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했다. 40대 정치성향의 무게 중심이 3개월여 만에 뒤바뀐 셈이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여야 정당 및 후보 지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총선의 경우 50,60대는 한나라당 쪽으로, 20,30대는 민주당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여전했지만 40대에서는 민주당 지지율(35.1%)이 한나라당 지지율(25.6%)을 크게 앞섰다.
내년 12월 대선의 경우 50,60대는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이 야권 단일후보 지지율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0,30대에서는 야권 단일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하지만 40대에서는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훨씬 더 높았다. 한나라당 후보 지지는 27.8%에 불과했지만 야권 단일후보 지지는 55.6%에 이르렀다.
다만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여야 단일 후보로 가정한 상황에서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를 묻는 조사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여전히 박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젊은층에서 지지율 차이는 눈에 띄게 줄었다.
20대는 46.8%대 39.7%, 30대는 46.3%대 41.5%로 박 전 대표가 손 대표를 근소하게 앞섰다. 40대에서도 박 전 대표(48.0%)가 손 대표(40.3%)보다 약간 앞섰다. 하지만 2배 이상 차이가 나던 이전 조사들에 비해 이번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율 차이가 줄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수석부장은 "한나라당 지지세가 우세했던 40대 층에서 민주당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 이번 조사의 특징"이라면서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 악화로 반여(反與) 정서 확산을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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