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2018년 안성캠퍼스 폐지 따라무용과 등 본교에 연습실까지 마련하며'눈도장 찍기' 과열… 학부모에 부담도
중앙대 안성캠퍼스에 있는 일부 예술계열 학과를 중심으로 때아닌 서울 입성 경쟁이 벌어져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중앙대가 개교 100주년인 2018년에 맞춰 경기 김포와 하남시에 캠퍼스를 신설하고 안성 캠퍼스를 없애기로 함에 따라 빚어지고 있는 사단이다.
중대 안성 캠퍼스에 있는 미대 한국화과는 지난 1월 27~30일 흑석동 서울캠퍼스 내 문화예술관에서 기부금 모금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화과는 교수와 강사들의 작품 30~40점을 싸게는 150만원, 비싼 것은 1,500만원에 팔아 조성한 기금 1억여원을 서울 캠퍼스 앞에 작업실을 마련하는 데 쓸 예정이다. 서울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편의차원이라는 게 한국화과 교수의 설명이지만 서울 이전을 위해 대학본부측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게 대학 내의 시각이다.
앞서 예술대 무용과는 3년 전 서울 캠퍼스 내 문화예술관 건물 7층 옥상에 30여평 규모의 가건물을 지어 지난해부터 4학년 연습실로 이용하고 있다. 예술대 재학생 A씨는 "학교 측에 서울 캠퍼스에 대한 무용과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가건물이라도 지어서 온 건데 연습실이 굉장히 작아 힘들게 연습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안성캠퍼스 예술대 학과의 이러한 움직임은 연극영화학부가 촉발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원래 안성에 있었던 연극영화학부는 연예인 등 동문 기부금으로 종로구 동숭동(대학로)에 있는 건물을 매입, 2007년 학과 전체가 서울로 이전했다.
이들 학과들이 서울 입성에 열성인 데는 그간 신입생 유치나 학과 인지도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피해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학부모나 재학생에게 부담을 지우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화과의 경우 전 재학생의 학부모에게 전화를 돌려 기금 모금 전시회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한국화과 학생 B씨는 "학과에서 지난해부터 기부금 모금 전시회를 한다며 연락을 해 부모님이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무용과는 가건물 설치를 위해 기부금을 걷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무용과 입학생인 C씨는 "내 부모님은 500만원을 냈지만 학생들도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커 거부감이 크지는 않았다"며 "학과에서 학부모들에게 최소 100만원씩 기부금을 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무용과 D교수는 "건물 짓기를 원하는 학부모들에게만 기부금을 받았으며 교수들도 300만원씩 냈다"며 "이 건물은 학생들의 공연 연습 편의를 위해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화과 E교수도 "절대 그림을 강매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학부모들이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과발전을 위해 교수들도 고가의 작품을 무료로 내놓는 등 학과발전을 위한 전시회일뿐"이라고 말했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예술대는 지방에 있으면 불리하다는 점은 알지만 정상적인 모금 방식은 아닌 것 같다"며 "동료 교수로서 서글픈 모습"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