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둘 핫둘! 목소리를 크게 하자!" 입에서는 단내가 났고, 선선한 날씨임에도 땀은 비 오듯 했다. 고무보트를 짊어진 어깨는 천근만근 무거웠다.
복싱으로 다져진 몸이지만 극한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해병대 아카데미'는 여느 훈련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도 빨간 팔각모를 눌러 쓴 해병대 교관이 '악'소리와 함께 구령하면 색 바랜 전투복을 입고 있는 복싱 대표팀 선수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 "우리는 세계 최고"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한국 복싱의 부활을 위해 이들은 단단한 정신 무장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 2개를 따는 데 그치면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둔 복싱국가대표팀이 지난 6일 해병대 아카데미에 참가했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에 위치한 캠프에 참가한 복싱대표팀은 지도자 공개 채용으로 뽑힌 이승배(40) 감독을 비롯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신종훈(49㎏급∙서울시청)과 심현용(64㎏급∙대전대), 한순철(60㎏급∙서울시청) 등 20여 명의 간판선수들이 함께했다.
첫날 제식훈련과 레펠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둘째 날인 7일에는 IBS훈련(고무보트를 이용해 해상에 상륙하는 훈련)에 나섰다. 복싱대표팀 선수들은 처음에는 색다른 훈련에 어색해 하다가도 이내 이를 앙다물고 정신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해병대 아카데미에 참가했다고 밝힌 이승배 감독은 "해병대 훈련은 안상수 회장님이 펼치고 있는 '부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라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복싱 선수들이 안 쓰는 근육을 쓰니 조금은 힘들다"며 "올해 9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3체급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게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권은 세계선수권대회 8위까지 주어진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8강에서 눈물을 삼킨 2009년 밀라노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신종훈(22)도 "훈련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의 아픔을 잊고 올해 정말 열심히 하겠다. 지켜 봐달라"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8일까지 해병대 아카데미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복싱 국가대표팀은 다음달 27일 중국에서 열리는 오픈대회에 참가해 본격적인 새 출발에 나선다.
태안=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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