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당하는 심정이 어떻겠느냐… 솔직히 답이 안 보인다.”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전 챔프전 1,2차전을 초토화시킨 삼성화재 가빈 슈미트의 화력을 막을 묘책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신감독은 그러나 정규리그 1위의 자존심만은 되찾고 싶다며 집중력으로 응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감독의 이 같은 각오는 가빈의 괴력에 가로막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삼성화재가 괴물용병 가빈을 앞세워 또 다시 대한항공을 제압했다.
삼성화재는 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0~11시즌 NH농협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1(22-25 25-22 25-22 25-21)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 타이틀에 단 1승만을 남겨놓았다.
챔프전 1,2차전에서 각각 47점, 50점을 쓸어 담은 가빈은 이날도 상대 블로커보다 한 뼘 더 높은 고공 폭격으로 코트를 휘저었다. 가빈은 이날 43득점에 공격성공률 56.16%로 원맨쇼를 펼쳤다. 고희진(10득점)과 김정훈, 지태환, 신으뜸도 각각 6득점으로 가빈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고희진은 특히 블로킹으로만 6득점을 올려 역대 포스트 시즌 두 번째로 블로킹 100득점을 돌파했다.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은 1세트에서만 날개를 활짝 폈다. 대한항공은 가빈이 5개의 범실을 남발하는 컨디션 난조를 틈타 경기 내내 한 두 점차 앞서 나갔다. 하지만 20-20 동점에서신영수의 블로킹 2개와 에반의 백어택이 잇달아 적중하면서 25-22으로 따냈다.
가빈은 그러나 2세트부터 ‘로봇’ 본색을 드러냈다. 22-20 2점차 앞선 상황에서 가빈은 공격이 아닌 수비로 팀을 살렸다. 몸을 던지면서 살린 공이 득점으로 연결돼 23-20으로 승기를 굳힌 것. 가빈은 특히 15-15 동점에서 역전 후위공격을 시작으로 이후 삼성화재의 공격을 100% 도맡는 강철체력을 뽐내며 상대를 전율케 했다.
가빈의 진가는 특히 고비 때마다 빛을 발했다. 3세트 18-18에서 가빈의 역전타가 꽂히면서 삼성화재가 주도권을 잡은 끝에 25-22로 마무리 한 것. 벌겋게 달아오른 삼성화재의 화력은 4세트에서도 조금도 사그라 들지 않고 결국 25-21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가빈의 공격도 빛났지만 오늘 경기의 수훈갑은 여오현과 고희진 두 고참과 신으뜸, 지태환이 큰 몫을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4차전은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대전=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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