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7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측이 최근 마련하고 있는 대책을 소개하며 학생들을 달랬다. 당초 8일 학생과의 대화를 앞두고 있었지만 박모(18)군 자살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었다.
서 총장은 “연이은 사건으로 카이스트가 개교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학생들이 더 자유롭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즐겁게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측은 비상대책위가 논의 중인 대책들을 풀어 놓았다. 우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징벌적 등록금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2007년부터 학점이 3.0미만으로 떨어지면 0.01점당 6만3,000원의 등록금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 학생이 평점 2.0을 받았을 경우에는 한 학기 등록금으로 630만원을 내야 한다. 다만 학점 미달이 처음인 경우에는 등록금의 50%, 두 번 연속되면 75%, 세 학기 연속 이어지면 100%를 부담한다.
이승섭 학생처장은 “등록금을 내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1%를 조금 넘는 상황이지만 학생들의 불만이 많은 것 같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등록금이 문제로 부각됐기 때문에 총학생회와 함께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그러나 과거처럼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과목을 재수강하거나 복수전공 등의 이유로 8학기 만에 졸업을 하지 못한 연차초과 학생들에게는 규정대로 등록금을 모두 받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성적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다른 방안도 논의 중이다. 영어 강의는 계속 하되 조교들이 연습시간을 갖고 학생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학부 1학년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물리, 수학 등 필수과목에 대한 학습량 조정을 교수들과 논의 중이고, 학생들이 집단생활을 하며 인간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들어온 일반계 및 전문계고 출신 학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이수과목의 틀을 조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서 총장은 그러나 “카이스트는 지도자를 교육시키는 곳으로, 지도자는 그때그때 일을 처리해야 한다”며 “성적이 나쁘다고 재수강하고 더 다니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혁안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혀,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그의 기본철학은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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