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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숨결 사하라' 출간한 시각장애 사막마라토너 송경태씨 "사막이 준 시련 덕에 인생은 살만하다는 깨달음 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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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숨결 사하라' 출간한 시각장애 사막마라토너 송경태씨 "사막이 준 시련 덕에 인생은 살만하다는 깨달음 얻죠"

입력
2011.04.0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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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에서 나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뒤이어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시각장애인이자 사막 마라토너인 송경태(50)씨는 7일 굳이 사막을 달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막 같은 곳이 아니면 남에게 나를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안전한 길만 걷고 있다면 세상은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사막은 시련이 있어 인생은 살만하다고 나에게 일깨워주죠." 최근 장애를 딛고 사막에 도전한 이야기를 담은 를 출간한 송씨를 만났다.

송씨는 29년 전인 1982년 군에 입대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두 눈을 잃었다. 집중 호우로 침수된 탄약고를 정리하던 중 수류탄이 폭발해 파편이 두 눈을 찔렀다. 그는 "번쩍하는 섬광이 마지막으로 본 빛이었다"고 떠올렸다.

제대 후 송씨는 사실상 인생을 포기했다. 퇴원하고 집에 왔을 때 '평생 해주는 밥이나 먹고 방안에 갇혀 살 팔자'라고 자조했다. 송씨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 실명 자체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며 "집 근처 저수지에 투신도 해보고 몇 번이나 죽음을 찾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은 예상치 못하게 다가왔다. 집 근처 성당 신부가 찾아와 '자살'을 주문처럼 외워보라고 했다. '자살, 자살, 자살자살자살…살자살자' 거짓말처럼 송씨는 그 이후 "어떻게든 살아보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리고 도전이 시작됐다. 1999년이 첫 시작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 홍보를 위해 미국 뉴저지주 필라델피아 서재필기념관 앞에 섰다. 로스엔젤레스까지 4,000㎞에 달하는 미 대륙 횡단이었다. 오직 혼자의 힘으로, 단지 안내견의 도움만을 받았을 뿐이었다. 송씨는 "암흑은 거대한 벽이다. 하지만 도전과 함께 암흑은 한계가 없는 무한이 됐고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막 도전은 이후 계속됐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달리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이집트 사하라 사막(2005), 중국 고비사막(2007), 남극대륙(2008), 칠레 아타카마 사막(2008), 남아프리카 나미브 사막(2009),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2010년) 등 전 세계에서 '극한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모든 대회에 참가했다. 250여 km에 달하는 이들 코스를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6박7일 밤낮을 달렸다. 그는 "발바닥 껍데기가 벗겨지고 발이 퉁퉁 부어 신발을 벗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미브 사막을 달릴 때는 포기를 결심한 적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송씨는 "달리면서 극기와 겸손을 배웠고, 살아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매일 20㎞가 넘는 반복되는 연습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사막 마라톤 첫날이면 어김없이 "내가 오만했구나"고 탄식한다고 했다.

송씨는 오는 6월 중국 고비 사막 마라톤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9월에는 호주 캥거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각 250㎞씩, 석 달 간격으로 500㎞를 달려야 하는 강행군이다. "달리면 내가 살아있다는 안도감에 오히려 편안합니다. 결승점을 통과할 때면 내 능력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깁니다. 그래서 멈출 수도 없습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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