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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동물원 - 생명력 넘실대는 동물원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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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동물원 - 생명력 넘실대는 동물원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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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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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봄은 다그치듯 전개된다. 이슬처럼 매달린 꽃망울이 하나 둘 열리면, 기다렸다는 듯 벙글어있던 망울들도 폭죽처럼 터진다. 순식간에 닥쳐오는 꽃바다. 그 느닷없고 어찔한 변화에 겨우내 게슴츠레했던 눈도 화들짝 열리고, 귀와 코가, 세포 하나하나가 분주해진다.

지난 4일 에버랜드. 150만㎡의 너른 공간은 초록으로 짙어지는 연둣빛 순들의 몸부림과 노랑빨강자주 튤립의 교태로 부산했고, 거기 상주 직원들이 '에버8경(景)'의 하나로 꼽는다는 벚꽃 터널 꽃망울도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봄의 잰 행보를 좇느라 우리의 무딘 감각은, 또 감성은 금세 피로해지기 일쑤. 봄의 나른함이란 몸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들이치는 생명력의 파도에 떠밀려, 바둥거리는 우리의 둔함을 너그럽게 이른 표현일지 모른다.

■ 아기 불곰은 젖병을 뽁뽁 빨고… 북극곰 부부는 뜨거운 사랑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 우리 안 동물들의 기지개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된다. 에버랜드의 봄은 지난 1월 8살 어미 불곰 '유토'가 몸을 비릊던 그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그 날 어미는 100g 남짓의 여린 아기 곰을 순산했다. 그 귀한 생명 앞에 금줄을 치듯 사육사와 수의사는 에버랜드 커뮤니케이션팀 식구들에게조차 쉬쉬하며, 한 달 가량 지난 뒤에서 탄생의 기쁨을 알렸고, 올해 35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던 팀 식구들은 아예 에버랜드 마스코트를 '에버베어'라 달았다고 한다.

대여섯 살 아이가 껴 앉고 놀기 딱 좋은 몸집으로 건강하게 자란 아기불곰(아명(兒名) 곰돌이)은 김한나(27) 사육사의 품에 안겨 뽁뽁 젖병을 빨고 있었다. "엄마가 노쇠해서 이 녀석은 제가 돌보고 있어요. 하루 세 차례 우유를 먹이는데, 곧 이유식도 먹게 될 거예요." 만세 자세로 곰돌이의 두 팔을 번쩍 들어 보이는 김 사육사의 표정은 산모의 행복감으로 넘쳤고, 부끄럽게 열려 허전해진 가슴을 사육사의 품에 묻고 싶은 듯 곰돌이는 토실한 두 다리를 연신 바동거렸다.

"하루 17~18시간은 인형처럼 잠을 자고 다리 힘이 없어 기어 다니지만, 그래도 맹수예요. 발톱 보세요. 다 자라 300㎏쯤 되면 사자나 호랑이도 맞서지 못하는 에버랜드의 절대강자가 되죠." 사육사 6년차인 그의 손등은 포육의 상처로 안쓰러울 지경이었지만, 그는 대수롭잖은 듯 곰돌이를 돌려세워 관람객의 카메라 앞에 자랑하듯 포즈를 취해 보이곤 했다.

'몽키밸리'의 침팬지 집안에도 경사가 겹쳤다. 이제 갓 한 살 된 어린 침팬지에게 친구가 생긴 것이다. 발 돋워 서도 30㎝남짓 될까. 자기 키보다 10㎝는 작은 아기 침팬지는 아직 엄마의 너른 배 바깥으론 한 걸음도 못 나서는 신세다. 하지만 눈동자 뙤록뙤록 굴리며 연신 자기를 쳐다보는 품이, 하루빨리 넓은(?) 우리 안을 뛰어다니며 놀고 싶어 미칠 지경인 듯하다. 어린 침팬지는 동생을 거느릴 그 날을 위해, 어엿한 형으로서 동생을 가르치기 위해, 서툰 밧줄타기 연습에 여념이 없고, 엄마 침팬지는 혹시 아이가 떨어질 새라 팔을 그물처럼 뻗은 채 따라 다닌다.

혹시라도 수컷이 해코지라도 할까 봐 눈으로는 감시하느라 분주하다. "저 어미 침팬지는 첫 출산이에요."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송영관 사육사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저토록 애절한 모성애를 보여요. 뭉클해질 때가 많아요"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몽키밸리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동물원의 봄은 동물 가족 못지않게 사육사 수의사 포육사들도 바쁜 계절이라고 말했다. "이 달 들어 첫 바깥나들이를 하는 녀석들이 있어요. 곧 오랑우탄 형제도 실외전시장으로 이사를 가야 하고, 실내 전시장에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갓난 오랑우탄과 어미를 옮길 겁니다.

겨우내 실내생활을 한 탓에 면역력이 떨어져 먹이도 신경 써야 하고 컨디션도 잘 살펴야 해요. 우리 물청소와 소독도 해야 하고, 방사장도 점검해야 하고…. 또 배란기ㆍ번식기를 맞아 거칠어진 녀석들이 심하게 싸워 다치기라도 하면 정신이 없죠."그의 시선이 멎은 인근의 망또원숭이 방사장에는 잘 익은 자두처럼 부푼 엉덩이의 암컷들이 일광욕하는 듯 누워 몸을 움찔거리며 수컷을 유혹하고 있었고, 국내 단 두 마리 밖에 없다는 북극곰 부부는 인간의 시선 따윈 아랑곳 없다는 듯 거친 호흡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며 아이의 손목을 끄는 엄마, '어머나~'를 연발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젊은 남녀들을 물끄러미 보고 섰던 한 사육사는 "지금 귀한 장면을 보고 계신 겁니다. 이 때 아니면 보기 힘들죠"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나비 사육장에서는 체험교실이 한창이었다. 알을 품은 큰줄흰나비 무리는 먹이식물인 유채 잎만 보면 날아 앉아 산란공을 들이댄다. 일주일쯤 뒤면 알에서 유충이 나오고, 유채 잎 먹으며 자라 번데기가 된 뒤 우화할 터. 체험에 나선 아이들은 행여나 귀한 나비 알이 떨어질 새라 유채 화분 하나씩을 껴 앉고 있었다.

하嗤?에버랜드 사육사들의 관심이 은밀히 집중된 곳은 초식사파리인 듯했다. 34살 기린 '장순이'의 임신 가능성이 제기된 것. 한 마리만 더 출산하면 장순이는 세계 다산왕 타이 기록 보유자가 된다. 17마리 최다산 기록은 프랑스 파리 동물원의 기린이 세웠는데 그 주인공이 최근 숨졌다고 한다. 권수완 삼성에버랜드 동물원장은 "기린의 임신기간 15개월에다 산후조리 기간 2개월을 감안하면 장순이는 가임기 내내 임신-출산을 반복했다는 걸 의미한다"며 "장순이의 눈매를 보면 여전히 교태가 흐르고 몸매도 아름다워 세계기록 경신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자랑했다.

미모의 장순이를 두고 수컷들의 네킹(neckingㆍ번식기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이 목을 칼처럼 부딪치며 벌이는 싸움)이 한창이라는 사파리로 이동. 오후의 봄볕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데워졌고, 물오른 버들은 나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덩달아 나른해져 어디 꽃그늘이라도 찾아 앉고 싶은데, 안내역으로 나선 에버랜드 커뮤니케이션팀 김가영씨가 그 마음을 읽은 모양. "사파리에 사자들이 2년 만에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무리를 평정한 제17대 젊은 대장 '레오'의 위세가 이만저만 아니래요, 글쎄."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자는 건지, 자기가 더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건지 아리송한 표정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 35주년 맞은 에버랜드 16일 불꽃쇼·에버베어 공개

1976년 4월 17일 조림ㆍ영농ㆍ여가 공간으로 '자연농원'이란 이름을 달고 문을 연 에버랜드가 올해로 만 35주년을 맞는다. 20주년이던 96년, 이름을 에버랜드로 개칭하고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를 개장했다.

제트열차, 데이트컵 등 9개에 불과하던 놀이기구는 수시로 교체되면서 현재 T익스프레스 등 35개에 이르렀고, 사자 호랑이 등 11종 63두에 불과했던 사파리 동물도 곰과 라이거 등 15종 150두로 늘어났다. 에버랜드는 국내 최초 맹수 사파리, 다양한 동물쇼, 꽃축제 등을 통해 한국 레저산업 및 문화 선진화에 기여했다. 올해 3월 현재 누적 입장객 1억6,000만 명. 2009년 세계엔터테인먼트협회 집계 테마파크 입장객 순위에서 세계 10위(6,169만명)를 기록, 세계 굴지의 테마파크를 압도하기도 했다. 1~9위는 각국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차지했다.

그 사이 국민 일인당 GNI는 818달러에서 1만7,175달러로 성장했고, 에버랜드 입장료는 600원(자장면 2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올랐다. 에버랜드 동물원 식구는 모두 200여 종 2,000여 마리. 개장과 함께 입주한 당시 15살의 엘도라도 육지거북은 50세의 청년으로 자라 지금껏 동물원을 지키고 있다.

에버랜드는 생일인 16일 밤 9시 30분, 1만5,000발의 폭죽과 함께 멀티미디어 불꽃쇼를 펼치고, 기념 캐릭터 '에버베어'를 공개할 예정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5분만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동물 가족들의 사생활이 보여요

"북극곰 이빨 본 적 있으세요? 황금원숭이들이 포옹하는 장면, 과일박쥐가 사과즙 빨아먹는 모습은요? 오랑우탄 형이 동생 야단치는 모습도 못 보셨죠?"

큰 맘먹고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도 한 종(種)이라도 더 볼 욕심에 대충 스쳐보기 바쁘다. "곰이야, 크지? 저긴 또 뭐가 있을까?" 30초도 안 돼 돌아서기 일쑤. 북극곰 앞에서 아이들이 "와, 코카콜라 곰이다. 쟤도 콜라 마실까?"해도, 펠리컨을 보며 "야~ 페리카나네"해도, 대개는 맞장구 쳐주며 웃고 만다.

하지만 기억하자, 동물의 하루도 24시간이라는 사실을. 어떤 동물이든 단 5분, 아니 3분만 관심을 기울여 지켜보면 지금껏 알지 못했고 영영 모르고 살게 될지 모를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영문을 모르는 행동을 한다면 주변의 사육사 등 동물원 관계자들에게 서슴없이 묻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묻지 않은 것까지 설명해줄 것이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사육사라면 누구나 자신의 동물이 가장 예쁘고 소중해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일 거예요. 관람객이 와서 건성으로 보고 가버리면 얼마나 서운한데요"라고 말했다.

3분씩만 지켜 봐주세요

오랑우탄 우리의 18살 '폴리'와 8살 '알리'는 형제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13~15살 때부터 수컷 오랑우탄의 볼이 부풀어 오르는데, 이 치크패드(chick-pad)가 폴리에겐 있고, 알리에겐 없다. 둘은 덩치만큼 하는 짓도 천양지차.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알리는 마대 천을 뒤집어쓰고 혼자 귀신놀이를 하다가도 툭하면 형 폴리에게 달려들어 집적거린다. 함께 놀자는 거다. 사춘기인 폴리는 대개는 참지만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동생 알리의 다리나 팔을 잡고 우리 안을 빙빙 끌고 다니기도 한다. 동생을 야단치는 거라고 한다.

섬세한 오랑우탄에 비해 이웃인 침팬지는 표나게 다혈질이다. 새끼를 품에 안은 암컷들이 아비 수컷이나 이웃들을 경계하는 몸짓, 좁은 우리를 어슬렁거리며 권위를 확인시키기에 바쁜 우두머리 수컷의 위세를 눈여겨보는 것도 흥미롭다. 송영관 사육사는 "침팬지는 영리한 만큼 행동이 대단히 전략적이고 정치적이에요.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라고 말했다.

이맘때 혼자 있는 북극곰 수컷이 울부짖는다면 암컷을 부르는 소리라 여기면 된다. 부르다 지쳐, 혹은 분에 못 이겨 자맥질을 하곤 하는데 물 먹은 모피이불 같은 거대한 몸을 물 밖에서 푸르르 두어 번만 털면 털이 금세 보송보송해진다. 북극곰의 털은 빨대처럼 생겨서 물이 스미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 왕자의 어렵게 사귄 사막여우는 아기고양이처럼 앙증맞은 외모와 종종거리는 몸놀림 덕에 여성 관람객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사육사를 보면 개처럼 꼬리도 흔들며 호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래밭을 헤집고 다니며 서로 싸울 때 내보이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보면 표정이 달라진다. 역시 3분 정도는 지켜봐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권 동물원장은 "동물원 열 번 넘게 와봤다는 사람들도 침팬지 발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면 모르세요. 원숭이 종류만도 수십 종인데 몽땅 싸잡아 원숭이죠. 물을 좋아해서 온천을 즐기는 일본 원숭이와 물이라면 사색이 돼서 해자로 둘러놓은 원숭이는 천양지찬데 말이죠"라며 안타까워했다.

저희는 야행성이에요.

사자나 호랑이 등 고양이과 맹수를 만나려면 오후 대여섯 시 이후가 좋다. 야행성이라 그 때쯤에야 슬슬 몸을 풀기 때문이다. 한낮에 한국호랑이 우리 앞에서 "뭐 저래? 잠만 퍼질러 자고…. 배가 불러서 그래" 하는 이들은 그들이 지금 '심야의 단잠'을 즐기는 중인 것을 모르는 거다.

팽귄이라고 다 추운 데서 사는 건 아니다. 갈라파고스 팽귄처럼 더운 데서 사는 팽귄도 있다. 에버랜드의 팽귄 역시 태생이 남아프리카여서 겨울엔 물을 데워줘야 한다. 그래도 팽귄은 팽귄. 너무 더워지는 여름에는 물 바깥 집안에 에어컨을 켜줘야 한다. 에버랜드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냉방기의 혜택을 누리는 녀석이라고 한다.

군집 생활하는 사자 같은 맹수나 원숭이 사회의 위계서열은 인간 사회 못지않게 엄격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무리 지어 낮잠 자는 모습만 봐도 누가 대장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맹수 사파리에서 사자의 우두머리는 군데군데 모여 앉은 무리의 중앙에 고독하게 자리잡고 앉아있을 때가 많다. 모든 암컷과 등거리를 유지하며, 혹시 모를 2,3인자 수컷의 엉큼한 짓을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조련사가 먹이를 주는데 시원찮아 보이는 녀석이 성큼 다가와 입을 댄다면, '형님'들은 이미 배불리 먹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평화롭던 망또원숭이 우리에서 소요사태라도 난 듯 시끄럽다. 대장 원숭이가 괴성을 지르며 으쓱으쓱 상체를 부풀리더니, 느닷없이 내달리는 것이다. 곧 암수 원숭이들이 줄을 지어 대장을 뒤따른다. 자신이 대장이라는 걸 식솔들에게 확인시키고 충성도를 확인하는, 일종의 과시행동이라고 한다. 두어 바퀴 달린 뒤 우리 안은 금세 평화를 되찾고, 능청스레 서로의 털을 매만지고 동료의 코 앞에 엉덩이를 들이밀기도 한다.

서유기의 영웅 손오공의 모델이라는 황금원숭이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1급 보호종. 파란 얼굴에 'W'자 모양의 입, 사자꼬리, 하품을 할 때에야 드러나는 날카로운 송곳니로 관람객의 관심을 끈다. 문제는 황금원숭이의 코. 들창코여서 비라도 오면 숨을 쉬기 힘들어 고개를 들지 못한다고 한다. 에버랜드 동물원 리조트사업부 허광석 과장은 "최소한 설명판의 내용이라도 꼼꼼히 읽고 동물을 만나면 훨씬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고, 깊이 이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식사시간ㆍ해설시간ㆍ공연 시간표 확인하세요

어느 동물원이든 동물들의 몸놀림이 가장 다이내믹해지는 순간은 아무래도 먹이를 먹을 때다. 바다사자의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자맥질과 유영을 볼 수 있는 것도, 맹수들의 가공할 턱 힘을 소리로나마 느낄 수 있는 것도 그 때다. 팽귄과 바다사자의 먹이 주는 시각은 오후 1시10분 2시10분 4시10분이다. 북극곰에겐 오후 1시와 4시에 사육사의 해설을 곁들여 먹이를 준다. 과일박쥐들이 오렌지나 사과 바나나 과즙을 빨아먹는 모습을 보려면 10~11시쯤 좀 서둘러 가야 한다. 아기 불곰이 관람객 앞에서 우유를 먹는 시각은 낮 12시30분과 오후 4시30분, 몽키밸리 식구들의 식사ㆍ간식은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역시 스토리텔링과 함께 진행된다.

안내 표지판에 적힌 사육사의 해설 시간에 맞춰 가면 베테랑 사육사의 일화를 곁들인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에버랜드의 경우 붉은꼬리매의 풍선 격파 등 맹금류의 묘기 비행과 청공작ㆍ백공작의 250m 비행, 뿔닭과 공작비둘기 600여 마리의 집단 비행 등으로 꾸며진 '판타스틱 윙스' 공연도 챙겨볼 만하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 반달곰들의 천국 베어트리파크

반달곰들의 천국이 있다. 충남 연기군의 베어트리파크에는 반달곰 150여 마리가 모여 산다. 이들 곰들은 겨울잠이 없다. 지난 겨울 그 혹한에도 눈밭을 뛰어다니며 겨울을 즐겼던 곰들이다. 곰들이 겨울잠을 자는 건 추위 때문이 아닌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일 먹이가 제공되는 동물원에선 굳이 목숨을 걸고 버텨야 하는 겨울잠을 잘 필요가 없다.

베어트리파크의 반달곰동산이 백여 마리 반달곰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대부분은 바닥에배를 깔거나 바위 위에 올라 낮잠을 즐기는 데 몇몇 곰들은 쳇바퀴를 돌리며 놀고, 물 속에 들어가 물장구도 쳐댄다.

마냥 누워만 있길래 반달곰은 원래 이리 순하냐 물었더니 공원측은 곰들도 위계질서가 있고 경쟁이 있어 싸움이 잦다고 한다. 반달곰 동산을 5개 구역으로 구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녀회칸엔 7세 이상의 암컷 반달곰, 중년회 칸에는 7세 이상의 수컷 반달곰, 청소년반에는 2~6년 암ㆍ수컷 반달곰이 한 데 모여 있고, 싸움 근성이 강한 사고뭉치 곰들만 따로 모은 특별반도 있다. 나머지 한 구역은 지난해 새로 들어온 불곰 4마리가 세 들어 있다.

저렇게 주는 밥 먹고, 마냥 누워만 있으면 비만이나 성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공원측에선 걱정 말란다. 마냥 게으름 피우는 것 같지만 동물들은 필요한 운동은 다 한다고. 뚱뚱한 애완견 등 동물의 비만은 먹이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나타난다. 사육사가 양을 정해놓고 사료를 주기 때문에 이곳 반달곰에겐 비만은 없다.

반달곰동산의 반달곰들이 잠깐 외출할 때가 있다. 교배를 위해서다. 6,7월 짝짓기 철이 되면 베어트리파크 밖의 동물원이나 다른 곰사육장에서 곰을 데려다가 짝을 지어준다.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해서다.

베어트리파크에선 올 1,2월에 태어난 새끼 곰이 나들이 나갈 수 있을 만큼 크는 5월말이 되면 이들 새끼곰과 함께 하는 명예 사육사 체험, 반달곰 생태공부, 반달곰과의 산책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041)866-7766

연기=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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