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 논문 200여편, 총 논문 피인용 횟수 6,300여회, 국내외특허 25건, 유명 국제학술지 편집위원.
전도유망한 천재 과학자이자 존경 받던 카이스트(KAIST) 박모(54) 교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0일 저녁 카이스트 학내 표정은 참담했다. 연이은 자살 사건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이어진 비보라 충격은 더욱 컸다.
박 교수는 탁월한 연구 업적과 이력으로 카이스트 내에서도 이름을 드높이며 지난해 12월 '올해의 KAIST인 상'을 수상하기도 한 연구자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카이스트에서 생물공학 석사, 미 워싱턴대 생체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워싱턴대 MIT 템플대 등에서 부교수와 조교수를 역임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1996년부터 15년째 카이스트 생물과학과 교수로 재직해 온 박 교수는 2008년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의 논문은 약물전달 분야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 7월 14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이 기술은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와 기술이전 및 신약개발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009년에는 미국생체재료학회에서 매년 수여하는 세계 생체재료 연구분야의 최고영예인 클렘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널>
박 교수의 독보적인 연구 업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월에는 이른바 꿈의 신약 기술로 불리는 나노약물전달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난치성 질병의 강력한 치료제로 각광 받는 물질 내 세포의 전달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라, 이는 즉시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스> 에 온라인 속보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카이스트가 개교 39주년을 맞아 선정한 최우수 교수에도 선정됐다. 네이처>
이처럼 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려온 박 교수가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카이스트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카이스트 정기 종합감사에서 박 교수의 연구 관련 감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학문적으로 인정을 받아온 박 교수가 명예심에 손상이 갈 것에 심리적 압박을 느껴 극단적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최근 학생들의 잇단 죽음과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학내의 비극적 상황이 박 교수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보를 접한 서남표 총장 등 주요 보직교수들은 이날 저녁 학교로 급히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번 주 초 전체 휴업 등을 공지하며 가까스로 사태 수습 국면을 형성하려 애쓴 지 반나절 만이다. 한 카이스트 관계자는 "왜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재학생은 "당황스럽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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