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東北)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여파로 일본을 찾는 외국인 수가 격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지역 뿐아니라 교토(京都) 등 서부지역 관광 명소에도 해외 관광객의 예약 취소가 잇따라 일본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7일 보도했다.
도쿄(東京)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 하코네(箱根)는 후지산의 분화구 오와쿠다니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대지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말한다. 현지 명물 ‘검은 계란’의 매출은 지진 전과 비교해 10분의1 수준에도 못미치고, 매일 대형 관광버스 100대가 빼곡히 들어찼던 주차장은 텅빈 상태로 방치돼 있다.
하코네 종합관광안내소 스즈끼 소장은 “지진 후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은 하루 몇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명도 오지 않은 날이 많다”고 푸념했다. 3월 외국인이 안내소를 이용한 횟수는 446건인데 지난해 대비 약 70% 감소한 수치다.
사정은 도쿄의 유명 가전제품 매장도 마찬가지.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는 고가의 전자기기를 싹쓸이하던 중국인 쇼핑객들의 자취를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면세품 코너를 운영하는 한 매장 직원은 “매출이 전년보다 3월은 10~20%, 4월은 그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 피해는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서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교토의 고찰 기요미즈데라(淸水寺)는 경내에 만개한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아시아 관광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요즘엔 배낭 여행객으로 보이는 유럽ㆍ미국인들만 간혹 눈에 띌 뿐이다. 니시다 이츠오(西田五男) 사무장은 “한국과 중국의 단체 손님들이 발길을 끊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가사키(長崎)현에 있는 테마리조트 공원 하우스텐보스도 한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공원 내 호텔 3곳은 5월 말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90%에 달하는 7,000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하우스텐보스는 2003년 파산 위기 이후 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해 겨우 경영 정상화를 해나가는 시점이었다. 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大分)현 유후인(由布院)도 대지진 여파로 5,000명이 숙박 예약을 취소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올해 신성장전략 산업으로 정한 ‘관광 입국’ 구상도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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