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日은 부유한 나라" 20여명만 참여총학 법인 아닌 개인 계좌 모금에도 거부감
재학생이 3만 명에 가까운 서울대에서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피해 복구 지원 성금이 겨우 40만원 모였다. 참여 학생은 20여명으로, 1,500명당 1명이 성금 모금에 참여한 셈이다. 서울대의 이번 학기 재학생은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합쳐 2만9,308명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와 외국인학생회가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2주 동안 모금 캠페인을 벌인 결과다. 더욱이 총학생회에 모금을 제안했던 대학본부 학생처가 전체 학생들에게 모금 동참을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서울대 포털사이트 마이스누에 '일본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에 동참해주세요!'라는 글도 올리는 등 사실상 서울대 전체가 학생들의 기부를 독려한 것을 감안하면 참담한(?) 액수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이지윤(22)씨는 "20여명의 학생이 1만~2만원씩 보내온 게 전부"라며 "일본은 부유한 나라라는 생각에 도울 필요성을 못 느껴 모금액이 적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슬픈 재난이지만 아이티도 아니고 일본이 복구 비용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돈 많은 재벌들이 도와주면 되는데 왜 우리 서울대생이 일본 이재민을 도와야 하죠?"라는 학생들의 글이 올라왔다. 심리학과 재학생 한모(27)씨는 "민족주의적 감정에서 일본을 지원하면 안 된다는 친구도 있는 등 금전적 도움은 일본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거라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성금 모금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부총학생회장의 개인 은행계좌를 모금 계좌로 사용하는 등 학생들의 마음을 이끌어내기에 거슬리는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언론정보대학원 재학생 A(27)씨는 "모금 자체에 회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연평도 사건 등 우리나라에 일 터졌을 때도 가만히 있던 학교가 갑자기 단체 문자를 돌린 것이나, 모금 계좌가 개인 계좌라는 점 등에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의 한 보직 교수는 "놀랍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교내에 모금함을 설치하지 않고 계좌 송금 형식으로만 받아서 참여가 저조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측은 이에 대해 "총학생회 법인 계좌는 자체 수입 및 지출 내역에만 쓰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개인 계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측은 추가 모금을 하지 않고 40만원 전액을 대한적십자사에 기탁할 예정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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