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 보관함 설치… 수업중 사용 엄금
6일 오전8시55분께 대구보건대 보건행정과 404호 강의실 칠판 옆 입구. 2학년 학생 40명은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꺼거나 무음 모드로 전환한 후 입구에 마련된 보관함에 집어넣었다. 나무로 된 보관함에는 학생 고유의 번호표가 붙어있었다. 9시 강의실에 들어선 박재원(57) 교수는 보관함에 빈 자리없이 휴대폰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는 따로 출석을 부르지 않고 '환경보건학' 강의를 시작했다.
대구보건대 보건행정과가 강의 분위기를 해치는 주범인 휴대폰과의 전쟁에서 완승했다. 스마트폰이 보급, 학생들의 활용도가 늘어나면서 극심한 휴대폰 공해로 몸살을 앓던 대학 강의실에 면학 열기가 되찾아온 것이다.
이 대학 보건행정과 교수 6명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2월께 수업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묘안을 냈다. 7곳의 강의실 모든 입구에 휴대폰 보관함을 설치한 것이다. 처음에는 보관함에서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주인을 찾느라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휴대폰 보관이 자리잡으면서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문자메시지 교환이나 전화 통화 대신 친구들과 담소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 대학 보건행정과 강민정(20ㆍ여ㆍ2년)씨는 "항상 끼고 살던 휴대폰을 보관함에 놓아두는 것이 약간은 불안하고 어색하지만 강의에만 전념할 수 있어 수업효과는 만점"이라고 말했다.
보건행정과 학과장인 박재원 교수는 "면학 분위기도 좋아졌지만 휴대폰 중독증에 빠진 젊은 세대들이 자제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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