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 김동환 작사ㆍ김동진 작곡의 가곡 '봄이 오면'의 첫 소절이다. 그런데 우리 코는 화사한 봄이 오면 고통스럽다.
일교차가 커져 감기에 걸리기 쉬운데다 먼지와 꽃가루가 많이 날려 코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콧물과 코막힘, 알레르기성 비염 등이 대표적이다. 김경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런 질환은 자주 재발하고 특히 잘 치료하지 않으면 후각 장애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가운데 콧물이 흐르면 사람들은 더럽다는 이유로 닦아내기 바쁘다. 하지만 콧물을 닦기 전에 한 번쯤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콧물만 잘 살펴도 콧속 질환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콧물은 다 같아 보이지만 맑고 투명한 콧물, 누런 콧물, 냄새나는 콧물, 갈색 콧물 등 다양하다. 콧물 형태로 알 수 있는 콧속 질환의 종류와 치료법을 알아본다.
콧물 종류도 다양해
콧물은 생리적 정맥분비물로, 하루에 1리터 가량 생산돼 대부분 자연히 마르거나 목을 타고 넘어간다. 감기 등 질병이나 알레르기는 콧물의 정상적인 분비에 장애를 일으킨다. 콧물이 잘 분비되지 않는 것은 초기 급성 비염이나 독감 등 급성 감염성 질환이 원인이다. 당뇨병과 콩팥염, 동맥경화증 등이 있어도 콧물 분비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콧물이 정상보다 많을 때도 있다. 맑은 콧물(수양성)을 비롯해 점액성ㆍ농성(고름 콧물)ㆍ혈성(피가 섞인 콧물)ㆍ악취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수양성은 울 때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해 발작적인 재채기를 할 때 양이 증가한다. 점액성이나 농성 등은 축농증일 때 잘 생긴다.
맑은 콧물은 감기ㆍ알레르기성 비염일 수도
맑은 콧물은 주로 호흡기 질환 초기에 많이 나타난다. 갑자기 감기에 걸린다든지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 생길 때 '물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이 나온다. 감기는 충분히 쉬고, 수분과 영양만 잘 섭취해도 금세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은 치료가 까다롭다. 2주 이상 맑은 콧물을 달고 다니면서 재채기, 눈의 충혈, 가려움증이 동반되면 감기보다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개인별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알레르기성 비염 초기에는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항알레르기 약물이 처방된다. 이용배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알레르기성 비염의 3대 증상인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이 모두 생기면 분무형 스테로이드제나 혈관수축제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3대 증상 가운데 코막힘이 심해 생활하기 어려우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아르곤플라즈마 응고술로, 아르곤플라즈마 가스나 레이저로 콧속 점막을 태워 민감도를 떨어뜨린다. 아울러 하비갑개 점막하절제술은 부어 있는 콧속 점막의 부피를 줄여주는 질환을 치료한다.
누런 콧물은 축농증 의심을
누런 콧물은 질환이 심해질 때 주로 생긴다. 초기에 맑은 콧물이었다가도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과 같은 질환이 진행되며 누렇게 색깔이 진해지면서 끈끈해진다. 또한, 맑거나 살짝 진득하던 콧물이 열흘 이상 계속되고 누렇게 변하며 냄새가 날 때는 급성 축농증을 의심할 수 있다.
축농증은 두개골 속 빈 공간인 부비동에 콧물과 고름 등이 차는 질환이다. 머리가 무겁고 미열이 난다. 증상이 심하면 뺨이나 코 옆 부분이 아프다. 급성 축농증은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약물치료의 효과가 없고 염증이 심하면 부비동 내시경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특히 만성 축농증과 물혹이 동반되면 대부분 약물치료가 제대로 듣지 않으므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
냄새 나는 녹색 코딱지는 위축성 비염 가능성
콧물에서 냄새 나는 것은 콧물 자체에 균이 많이 증식했다는 증거다. 주로 염증이 생겼거나, 콧속에 이물질이 있거나, 심한 축농증이거나, 암이 있으면 콧물에서 냄새가 난다.
또한, 콧물이 나지 않으면서 코에 악취가 나거나 커다란 코딱지가 생기면 위축성 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코 악취는 본인은 후각 장애 때문에 알지 못하지만 주위 사람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콧속에 거무스름한 녹색의 마른 코딱지가 생기거나 후각 장애, 코피, 코나 목구멍의 건조감과 이물감 등이 생긴다. 치료법은 코 점막의 온도와 습도조절이라는 기능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따뜻한 생리식염수로 꾸준히 코 세척을 하고, 콧속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피 섞인 갈색 콧물은 정확한 진단 필요
가끔 한 번씩 콧물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은 콧속이 건조해 충혈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분과 휴식을 취하면 좋아진다. 하지만 피가 섞인 갈색 콧물이 계속 흐르면 악성 종양(암)이나 결핵, 디프테리아 감염 때문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어린이의 경우 콧속에 이물이 들어가도 피?섞인 콧물이 나올 수 있다.
이밖에 콧물은 원인이나 형태에 관계없이 방치하면 여러 질환을 일으킨다. 콧물이 부비동 입구를 막으면 축농증이 생길 수 있으며, 콧물이 비강에 따라 목 뒤쪽으로 흐르면(후비루) 만성 기침이 생길 수 있다.
또, 코를 세게 풀면 귀로 역류해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콧물은 약하게 자주 풀어 제거하는 것이 좋다. 코가 막혀 풀기 어려우면 식염수를 콧속에 몇 방울 넣거나 적절한 약을 처방 받아 콧물을 묽게 만든 뒤 풀어낸다. 또한 실내 습도를 높이고 물을 많이 마신다. 아울러 콧물은 급성 감염성 질환, 당뇨병, 동맥경화증 등 질환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만약 콧물과 함께 발열, 기침, 가래, 두통 등이 생기면 병원을 찾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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