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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신공항과 MB, 그리고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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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칼럼] 신공항과 MB, 그리고 박근혜

입력
2011.04.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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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후폭풍이 예상 이상이다. 야권이야 그렇다 쳐도, 여권 식구들끼리의 독설도 거의 한계 수준이다. "대국민 사기극" "우롱"이니 하는 말들은 위계와 연대가 강한 보수여권 내에서 일찍이 들어본 바가 없다. 대규모 집단행동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박근혜 전 대표 등 유력 정치인 몇몇이 분위기에 편승, 재추진 가능성을 슬쩍 열어두었으니 이번엔 시간조차 별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 같다.

영남권 주민들에겐 또 미안하지만 암만 봐도 당장 신공항은 무리다. 도대체 이토록 공항 밀집도가 높은 나라가 또 있을까.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도쿄시내까지는 전철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어디든 국제공항과 거점도시까지의 소요시간은 대개 이 정도다. 서울서 KTX로 대구에 닿을 시간이다. 차나 열차로 전국 당일여행이 가능한 좁은 나라에 국제공항 8곳을 포함, 공항 15개가 들어차 있다. 닥지닥지 붙어 앉은 대구ㆍ포항ㆍ울산공항과 사천ㆍ여수ㆍ무안ㆍ광주공항을 보라. 지상교통망이 발달할수록 적자 상황은 더 악화할 게 뻔하다. 거창하게 평가위원회까지 내세울 일도 아니었다.

또 MB식 일방통행의 후유증

그렇다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한 이명박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은 도리어 평가 받아 마땅한 것이 된다. 선거 때의 수사(修辭)를 정책으로 믿었다가 낭패 본 경험은 어느 대통령 때나 예외가 없었다. 그런데도 MB의 불가피한 선택에 대한 이번 분노는 유독 크다. 백지화 후 35% 선으로 급락한 지지도 조사결과도 나왔다.

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생략한 탓이다. 수백만 주민의 이해가 걸린 일을 집권 후 3년 동안 아무 얘기 없다가 단 하루 발표로 상황을 180도 뒤집어버린 행태가 후유증을 키운 것이다. 주민들로선 당첨된 로또복권을 갖고 가슴이 부풀어 있다가 난데없이 "생각해보니 당첨금은 못 주겠다"고 통보 받은 셈이니 속이 뒤집어지지 않을 리가 없다.

익히 보았듯 MB 스타일은 구구한 설명보다는 결과로 말하겠다는 식이다. 웬만한 기업이나 조직에선 일견 책임감 있게 보일만한 덕목이지만, 정치에선 국민에 대한 오만과 무시로 받아들여져 반드시 피해야 할 악덕이다. 그러나 미 쇠고기 파동서부터 세종시 이전, 예산안 처리, 개헌, 과학벨트, 국방개혁과 신공항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된 모든 이슈에서 같은 행태가 반복됐다.

번번이 던져진 결과를 애써 변호해오다 지친 같은 편에서도 마침내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심 이탈을 전한 엊그제 김무성 원내대표의 발언도 단순히 MB와의 거리 두기를 통한 4ㆍ27 재보선용이라고 보기엔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역시 지목된 원인은 사전설명과 설득과정의 실종이다. 중간소통의 생략은 잘못을 증폭시키고, 성과는 죽이기 마련이다. 현재 MB 정부가 민심에 억울해 하는 딱 그 현상이다.

다르지않은 박근혜의 不소통

임기 후반인 지금에까지 MB의 고질이 고쳐지길 기대하는 건 부질없다. 신공항 후유증을 언급한 건 사실 더 걱정스러운 문제가 있어서다. 현재로선 다수가 미래 권력으로 상정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서도 유사한 느낌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정치부 기자들은 소통이 가장 어려운 유력 정치인으로 예전 한나라당 때의 이회창 총재와 함께 박 전 대표를 꼽는데 별로 이견이 없다. 지금도 그는 가끔 필요할 때만 일방적으로 던지는 짧은 말로 차별화 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경선, 대선 국면에서도 이런 불(不)소통 전략이 가능할지, 또 혹 집권 후에도 원만한 국정 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쌍방소통의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의 현재와 미래 지도자들이 모두 소통의 가치에 인색한 인물들이라는 건 불행이다. 권위는 대중이 만들어주는 것이지, 스스로 만들어 갖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소통과 다툼 속에 크고 작은 상처 없이 얻어지는 매끄러운 권위란 없다. 당장의 신공항 후유증보다 앞날이 더 걱정스러워지는 까닭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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