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해석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수용되는가. A와 B가 사안에 대한 의미와 판단을 놓고 다투는데, A의 말을 들으면 그가 옳고, B의 말을 들으면 또 그가 옳게 여겨진다. 이럴 때 A와 B의 입장과 상황을 잘 알 것으로 여겨지는 국가기관 C에게 물어서 결정을 하자며 유권해석을 의뢰한다. 이때 C가 해석을 내리는 모양새로 입법ㆍ행정ㆍ사법 3가지 경우가 상정돼 있다. '○○는 △△△로 한다'처럼 법에 설명해놓은 경우도 있고(입법해석), 정부조직의 회답이나 훈령 통첩으로 이뤄지기도 하며(행정해석), 재판과 판결의 결과로 생기는 결정(사법해석)도 있다.
■ 공무원의 특정 수당이 봉급에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무원이 받는 월정 직책급, 특수업무경비, 맞춤형 복지비(복지포인트)를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주장이 분분하다. 일부 정부 부처가 이를 수입에서 제외해 보험료를 적게 낸다고 건강보험공단이 항의하자, 해당 부처는 이는 수입이 아닌 실비 변상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더니 "아니다"는 회답(행정해석)이 나왔다. 헌데 그 법제처는 그런 특정 수당을 제외해 건보료를 덜 내던 부처 중 하나였다.
■ 공무원의 직책급ㆍ업무비ㆍ복지비를 수익(월급)으로 볼 수 없다는 법제처의 판단이 유리알 지갑을 가진 일반 봉급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다는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인들이 더 황당한 것은 이렇게 허술한 구멍을 찾아내 건보료를 덜 낸 부처에 '법을 잘 알고 있다는 법제처'와 '건보공단 적자를 체감하는 복지부'가 끼어 있는 대목이다. 그러다 보니 '법을 잘 몰랐거나 건보 적자에 둔감했던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이 그 동안 무심코 더 낸 건보료를 되돌려 받겠다고 나서는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800여 억원의 보험료가 또 사라지게 된다.
■ 행정해석은 입법ㆍ사법해석과 달리 구속력이 없다. 일반인이 정부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경우는 물론 하급기관이 상급기관에 해석을 의뢰했을 경우에도 별도로 사법해석을 요구할 수 있고, 다른 결과가 나오면 행정해석은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법체처의 유권해석은 행정의 일관성을 위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구속력을 갖게 된다. '공무원 건보료 절약 사건'도 결국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회에서는 아예 입법해석을 해놓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법제처와 국민 생각 사이에 '더 큰 유권해석'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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