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현대그룹이 올해는 약정을 체결할 필요가 없게 됐다. 지난해 상당 규모의 빚을 갚아버려 금융감독원이 선정한 올해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전체 신용공여액에서 0.1%(1조3,962억원) 이상을 차지하는 37개 그룹을 2011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선정됐던 주채무계열 중에서 ▦현대그룹 현대오일뱅크 대우인터내셔널 현대건설 애경이 빠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된 대우건설이 신규 선정됐다.
현대그룹이 주채무계열에서 빠진 것은 이 제도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처음. 지난해엔 금융권 채무가 2조1,746억원에 달해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1조3,946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나, 올해는 1조2,000억원대 줄어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현대그룹의 은행권 빚이 급감한 것은 지난해 주채무계열 선정 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두고 은행권과 소송전까지 벌이면서 갈등을 빚자 일부 빚을 먼저 갚아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그룹은 금융권이 업종 상황도 무시하고 2009년 한해 실적만 보고 평가를 했기 때문에 약정 체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주채권은행을 외환은행에서 바꿀 것을 요구하며 외환은행에 진 빚 750억원을 갚아버리기도 했다. 채권단 역시 현대그룹에 대해 은행권 공동으로 ‘여신제공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은행 차입 대신 1조원 이상의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에 현대상선이 사상 최대규모의 영업이익(6,017억원)을 기록하자 상당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했다. 결국 금융권 여신중단이 오히려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가져오게 한 셈이다.
이밖에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에 각각 편입돼 제외됐으며, 애경은 빚을 3,000억원 줄임으로써 주채무계열 대상에서 빠졌다.
한편 각 주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각 그룹의 재무구조를 평가, 재무구조가 취약한 그룹을 대상으로 5월 말까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약정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