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벌써 네 번째다. 지난달 29일에 이어 7일 또 한 명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학영재들의 잇따른 비극이 안타깝다. 교수와의 상담, 우울증 치료전력, 가족의 증언 등으로 미루어 이번에도 공부와 성적 스트레스가 한 젊은이의 삶을 포기하게 만든 요인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서남표 총장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7년 성적미달 학부생 수업료 부과제를 도입하면서 학생들은 더욱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평균학점 3.0 미달자는 6만원에서 최고 600만원의 수업료와 기숙사비를 내야 한다. 그들은 경쟁에서 밀려나는 좌절감과 경제적 부담 등 이중 고통에 시달린다. 그것이 학업부담을 가중시키고, 학내 분위기까지 점점 삭막해지게 만든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결국 KAIST는 다음 학기부터 징벌적 수업료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성적만으로 수업료 혜택을 차별하는 이 제도가 학생들을 무한경쟁과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만 없애면 비극이 사라질까. 대학이 경쟁 자체를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경쟁 없는 일류 대학에서 일류 과학자의 탄생, 학문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학생들의 자살을 이유로 서 총장의 대학 개혁과 경쟁제도를 무조건 비난해서도 안 된다.
다만 학생들이 저마다 영재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개성과 재능을 발휘하게 하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경쟁이어야 한다. 다양한 상담,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실패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학교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가정의 책임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성적에만 집착할 뿐 인성교육은 무시하고 있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한 번 실수나 좌절에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자포자기에 빠진다. 우수생일수록 심하다. 서울대에서도 매년 많게는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있다. 외고생들의 자살도 심심찮다. KAIST 교내 대자보에 쓴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는 외침에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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