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예산안 문제로 단단히 화가 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예정에 없이 백악관 브리핑룸을 찾아 올해 예산안 삭감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당 지도부를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TV로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올 회계연도(2010년 10월~2011년 9월)가 6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 본예산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작년에 끝냈어야 할 일을 아직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를 이루려면 다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된다”며 “어린애처럼 굴지 마라”고 의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예산안 처리 시한(8일)을 앞두고 연방정부 폐쇄 우려가 점증하자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 막판 담판을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그는 일주일짜리 잠정예산을 우선 통과시킨 뒤 협상을 더 해보자는 베이너 의장의 제안을 “더 이상 임시변통으로 연방정부를 끌고 가지 않겠다”고 거부한 뒤 “예산안이 타결될 때까지 내일이고 모레고 두 지도자를 매일 백악관으로 부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연방정부는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1~3주짜리 잠정예산안으로 정부 폐쇄사태를 모면해 왔다.
예산안 문제는 올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워싱턴 정가의 태풍의 핵이었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라는 명분으로 대폭 삭감 의지를 고수했고, 민주당은 급격한 정부지출 축소이 경기회복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맞섰다.
민주당은 3조 8,000억달러의 예산안 중 330억달러를 삭감하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이너 의장은 400억달러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삭감할 구체적 항목과 시기 등에서도 입장차가 크다.
예산안이 8일까지 타결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폐쇄사태가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수십만명의 연방공무원의 일시적으로 해고되고 비자업무, 법원 등의 업무가 중단될 수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5년에도 예산안 문제로 연방정부가 6일간 폐쇄되면서 국립공원이 폐쇄되고 연방정부의 이민관련 업무가 마비됐던 적이 있다. 올해는 해외주둔 미군의 봉급이 중단되고,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우려되는 등 파장이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판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95년 연방정부 폐쇄사태의 경우 공화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아 그 전해 중간선거 압승에도 불구, 이듬해 대선에서 참패하는 결과를 맞았다. 미 언론들은 연방정부 폐쇄가 초래하는 엄청난 정치적 파문 때문에 양당이 막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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