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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이래저래 말 많은 카이스트 '차등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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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이래저래 말 많은 카이스트 '차등 등록금'

입력
2011.04.06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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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 4명의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의 차등 등록금제는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대학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2007년 이 제도를 도입한 지 4년 만이다. 차등 등록금제의 실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선 '징벌적 등록금제'라는 별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제도는 카이스트 학생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한 카이스트 학생은 학내 정보교환 홈페이지 '아라'의 자유게시판에서 "2007년부터 도입된 차등 등록금제를 필두로 학교가 바깥 사회처럼 학점, 영어실력 등과 같은 스펙을 강요하면서 카이스트를 '자살바위'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줄곧 1등을 놓치지 않고 살아오던 카이스트 학생들이 이 제도로 인해 상대평가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참을 수 없는 굴욕과 패배감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올해 초 카이스트를 졸업한 김모(23ㆍ여)씨는 "쏟아지는 과제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면서 등록금을 마련했지만, 문제가 됐던 건 그 금액이 아니라 등록금을 내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좌절감이었다"고 말했다.

차등 등록금제와 연계돼 도입된 '연차 초과자에 대한 수업료 납부제'도 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는 8학기 이내에 학부 과정을 마치지 못할 경우 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게 하는 제도다. 8학기를 초과해 학부과정을 마친 한 학생은 "처음에 공부를 못하니 등록금을 내야 했고, 더 나은 점수를 따기 위해 재수강을 하니 연차 초과자가 됐다.

연차를 초과하니 왕복 2시간 거리의 외부 기숙사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이렇게 되자 공부시간을 1시간이라도 더 벌기 위해 학교 근처 원룸을 얻게 됐고, 방세와 등록금을 내니 돈이 모자랐고,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다니니 공부할 시간이 없더라"며 "차등 등록금제와 연차 초과 수업료 납부제는 어렵게 들어온 학교에서 정작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도록 한 '족쇄'였다"고 이 제도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옭아매고 있는지 고발했다.

그렇다면 카이스트는 이렇게 받아낸 등록금을 어떻게 사용했을까.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실과 카이스트에 따르면 2008년 이 학교의 등록금 수입은 6억7,900만원. 이 중 학자금으로 5억7,900만원, 장학금으로 1억원이 사용됐다. 2009년 수입 14억900만원도 학생들의 복지(학자금 12억900만원, 장학금 2억원)에 사용됐다.

학자금은 매달 생활비조로(1인당 13만5,000원), 장학금은 시급 8,000원의 근로장학금(월 최대 25시간)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또 2010년 수익 25억5,800만원은 전액 병원(메디컬 센터)을 짓거나 운영하는 비용으로 사용됐다. 결국 일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다른 학생들이 장학금 등의 명목으로 혜택을 봤고, 정신과 내과 안과 치과 등을 갖춘 병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처럼 등록금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됐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어차피 학교 예산이 들어갈 곳에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사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해 카이스트를 졸업한 최모(27)씨는 "2006년 학교의 공격적 투자로 발생한 550여억원의 투자손해를 2006, 2007년에 흑자결산으로 분식회계한 사실이 2009년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났다"며 "차등 등록금제는 공교롭게도 이 같은 적자가 발생한 시기인 2007년에 도입됐다"고 지적했다.

차등 등록금제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자료는 또 있다. 카이스트가 2007년 2월 공개한 '카이스트 발전 5개년 계획(2007~2011)'은 "세계 10대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재원 확보를 위해 기부금 조성, 등록금 징수 등 다각적인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측은 차등 등록금제가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 방지 목적이라고 하지만, 애당초부터 예산 확보 차원에서 구상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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