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쿼터 종료 6분을 남기고 KCC 강병현이 골밑의 하승진에게 긴 패스를 넣었다. 백코트하지 않았던 하승진은 유유히 원핸드 덩크슛을 꽂았다. 스코어는 52-39. 이어 강병현이 우중간에서 깨끗한 3점슛을 적중시켰다. 점수차는 16점까지 벌어졌다. 4쿼터가 남아있었지만 흐름상 승부의 추는 KCC 쪽으로 완전히 기운 듯 보였다. 그러나 경기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승리 축포는 KCC가 아닌 전자랜드의 몫이었다.
집념의 전자랜드가 2차 연장 끝에 16점차를 뒤집는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 전자랜드는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0~11 현대모비스 남자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홈경기서 94-91로 이겼다.
역대 플레이오프 2회전에서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78.6%(28회 중 22회). 패색이 짙던 전자랜드는 2시간42분간 끈질기게 KCC를 물고늘어진 끝에 기분 좋은 통계를 움켜쥐었다. 2시간42분은 역대 플레이오프 최장 시간 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지난달 3월28일 전주에서 열린 6강 플레이오프 KCC와 삼성의 2시간36분이었다.
10점차로 뒤진 채 4쿼터를 맞은 전자랜드는 시작하자마자 상대 강병현이 5반칙 퇴장하면서 찬스를 잡았다. 강병현은 퇴장 전까지 14점으로 KCC의 공격을 이끌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KCC의 빈틈을 박성진과 정영삼의 릴레이 득점으로 파고든 전자랜드는 75-75 동점으로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서도 85-85로 균형을 이뤄 맞은 2차 연장. 히어로는 정병국이었다. 정병국은 1점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종료 13.6초 전, 시간에 쫓겨 넘어지면서 오른손 한 손으로 슛을 던졌다. 어림없을 것 같던 공은 림을 갈랐고, 정병국은 누워서 만세를 불렀다. 이어 KCC 임재현이 종료 버저와 함께 던진 3점슛은 림을 외면했다. 전자랜드는 서장훈(18점)과 정영삼, 박성진이 퇴장한 가운데서 맞은 연장서 이겨 1승 이상의 기쁨을 맛봤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경기 후 “한 발씩 더 뛰면서 리바운드 하나, 수비 하나씩 해준 결과”라며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두 팀의 2차전은 7일 인천에서 열린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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