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이른바 재벌의 몸집은 날로 커지는데도 고용과 동반성장 등 사회적 기여는 되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은 또 비상장계열사를 통한 부의 대물림도 공공연히 자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위기 국면에서도 우월적 시장 지위와 정부의 금융ㆍ환율 지원에 편승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누리면서 세금없는 상속ㆍ증여에 몰두해왔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어제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이 제한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55개 기업집단을 발표했다. 1년 전보다 2개 늘어난 이들의 평균 자산총액은 30.7조원으로, 전년 대비 2.9조원 증가했으나 평균 부채비율은 109%로 오히려 6.8%포인트 감소했다. 재무구조가 크게 탄탄해진 만큼 장사도 잘했다. 55개 그룹의 평균 매출액이 직전 회계연도보다 3.4조원 증가한 22.6조원, 당기순이익은 5,600억원 늘어난 1.49조원에 달했다. 매출은 17.7%, 순익은 60%나 커진 결과다.
이런 실적잔치 덕에 삼성 현대차 등 자산총액 10대 그룹의 상장계열사 72곳의 지난해 말 유보율은 무려 1,219%에 달했다.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 중 내부에 쌓아놓은 잉여금이 자본금의 12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2000년대 중반 6~7배이던 것이 2009년 10배를 넘기더니 증가속도가 더 빨라진 셈이다. 문제는 기업 이익이 투자와 고용 등 생산적 부분으로 흘러가지 않고 고여 있다는 게 유보율 증가의 부정적 측면이다.
전경련은 해마다 사상 최대의 투자를 단행하고 고용 창출에도 앞장선다고 자랑하지만 오늘날 요구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5년간 3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30조원에서 53조원으로 80% 가까이 늘었지만 고용은 43만명에서 48만명으로 고작 10%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런데도 재벌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20개 비상장 유통ㆍ건설 회사 매출 가운데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율은 46%나 된다. 제 눈의 대들보는 외면한 채 동반성장 얘기만 나오면 '반시장'운운하며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게 재벌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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