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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정병국 장관의 '현장'

입력
2011.04.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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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현장에 있다." 정병국 문화부장관의 말이다. 맞다. 책상에 앉아서 생각과 이론만으로 만드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 MB 정부가 유난히 좋아하는 교수 장관과 기관장들의 비현실적 정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정 장관은 분명 달랐다. 취임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아예 업무보고까지 현장에서 문화예술인과 함께 받았다. 한 달 동안 집무실에는 10시간도 앉아 있지 못했다. 소통과 현장을 중시하는 정책을 통해 문화예술의 힘인 '통합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아름답고 건강한 문화 예술은 분열과 갈등을 만들지 않는다. 이념 언어 종교 나라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는 것이란 그의 말도 맞다.

그'하나'를 위해 그는 12차례 현장 정책보고회를 가졌고, 영화관을 찾았고, 멀리 해외문화원까지 날아갔다. 문화예술관광인들은 평소 정부에 가졌던 불만을 거리낌없이 터뜨렸고, 217건의 건의사항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돈'이었다. 출판도, 영화도, 연극도, 게임도'절실하다'며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답'이 있는 건 맞지만

장관이라고 뾰쪽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내년 예산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정도가 솔직하고 현실적인 대답일 것이다. 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부처간 협의와 국회의 법률 개정 등 장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에서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 목소리 듣기의 우려하던 폐해도 나타났다. 정책 제안은 뒤로 하고 개인적, 집단적 민원만 쏟아졌다.

정병국 장관이 이 같은 부정적 측면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회 문광위 활동 10년이 말해주듯 그는 누구보다 문화예술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부터 찾은 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소통과 자극이다. 불신에 가득 찬 문화 예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의 문을 열고, 타성에 젖은 공무원들에게 현장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이번에는 부정적 시각이다. 다분히 전시적이란 것이다. 여기에는 그가 정치인이며, 1년도 안돼 국회의원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다. 때문에 그는 짧은 기간에 장관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현장보다 좋은 마당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이런 전략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정부의 정책이념이나 방향의 과감한 추구보다는 말썽 없이, 무난히, 가능하면 두루 박수를 받으며 임기를 끝내고 돌아가자. 그래서 정치활동에 소중한 경력과 자랑으로 활용하자.'벌써 인사와 지원 정책에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대 문화부장관치고 현장을 강조하지 않은 장관은 없었다. 전임 유인촌 장관도 예술인답게 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문제는 어떤 목소리를 듣느냐에 있다. 입맛에 맞는 말만 들어도, 지나치게 반대의 목소리만 들어도 위험하다. 에서 말하는'삼가 하여 듣기(謹聽)'이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양심적인 목소리를 가려내 정책에 반영하는 지혜와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 욕 먹기 싫고, 시끄러운 것을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을 하면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문화예술계의 고질적 집단이기주의와 맹목적 배타주의에서 나오는 아부와 거짓말과 사욕의 언어들을 단호히 걷어내야 한다.

옥석 가려 선택과 집중을

마냥 듣기만 해도 안 된다. 정 장관에게는 시간이 없다.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면, 1년도 남지 않았다. 벌써 취임 두 달이 지났다. 문화를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킬러 콘텐츠로 문화 산업 강국을 만들고, 문화 안전망을 구축해 문화 소외계층을 없앤다는 목표가 말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머리를 싸매고 구체적 정책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인 만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천 여부는 국회로 돌아가서도 얼마든지 감독할 수 있다. 그것만이'정치 장관''립서비스 장관'이었다는 뒷말을 듣지 않는 길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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