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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사진계 대부 김한용 사진집 '꿈의 공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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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사진계 대부 김한용 사진집 '꿈의 공장' 출간

입력
2011.04.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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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후반 국내에 들어왔던 코카콜라의 첫 광고사진은 고작 병따개로 차가운 코카콜라 병뚜껑을 따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었다. 병 표면에는 이제 막 냉장고에서 꺼낸 듯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병 안에는 기포가 차 올랐다.

유명 연예인도, 특별한 시각적 효과나 배경도 없는 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김한용(87) 작가는 보름 동안 고민에 빠졌다. 병을 든 두 손이 떨려 병 따는 장면이 정확하게 포착이 안 됐고, 기포는 넘치거나 잘 안 생겼고, 당시 사진 기술로서는 병 표면에 생긴 물방울도 잘 표현이 안됐다. 작가는 미봉책으로 병따개와 뚜껑의 각도를 맞춰 본드로 붙이고 사람 손은 바닥에 고정한 뒤 최소한으로 나오도록 했다. 기포는 담배연기로 대체했고, 병 표면의 물방울은 매끄러운 병에 물뿌리개를 이용해 뿌려 완성했다. 그제서야 만족스런 광고가 나왔다.

광고사진계의 대부 김 작가가 60여년간 작업해 온 인물 및 광고사진 500여점을 모은 사진집 <꿈의 공장> 을 냈다. 책에는 그가 찍은 박인환 소설가와 국회의원을 지낸 김두한, 부산 피난 시절의 화가 이중섭의 사진이 처음 공개된다.

김씨의 작업실을 5일 찾았다. 그는 1959년 국내 최초 광고사진 스튜디오 김한용사진연구소를 열고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99.17㎡ 남짓한 공간은 벽과 천장까지 빼곡히 그가 찍은 사진으로 도배됐다. 그는 "이게 내 평생 한 일이자, 취미고, 일기고, 내 삶이다"고 했다. 신성일 엄앵란 윤정희 등 당대 최고의 스타와 김자옥 임예진 고두심 등 현재에도 활동하고 있는 여성 탤런트, 김영삼 전 대통령, 김현옥 전 서울시장, 작곡가 안익태 등 역사적 인물 수천 명의 사진이 걸려 있다. 물론 지인의 사진도 많고, 누드사진 등 실험적 작품도 엿보였다.

평안남도 성천군 영천면 출생인 김씨는 평소 그림을 좋아했다. 그는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승의 말에 봉천제일공업학교 인쇄과에서 사진을 처음 접했다. 그는 "30, 40년대 무슨 사진 기술이 있었겠어.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제판하고, 인쇄하고 그런 거지. 딱히 작품이랄 것도 없었지.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또 찰나의 순간을 철컥 하고 찍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부터 사진기를 하나둘씩 사 모으며 사진 기술을 연마했다. 그는 "노출을 얼마나 주느냐, 거리는 얼마로 하느냐, 광선은 어떻게 되는지 끊임없이 해 보고, 찍어 보고, 또 인쇄하면서 깨우쳤다"며 "그때는 카메라 플래쉬가 없어서 마그네슘에 불을 붙여 발열하는 빛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었지"라고 말했다. 60년대 국내에서 점차 상품 안내책자, 광고 등이 활성화해 광고사진이 생기면서 김씨의 작업도 이쪽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국내에서 처음 컬러 광고사진을 찍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60년대 삼화인쇄소에서 제판 기술자를 서독에 파견, 기술을 습득해 컬러 사진을 뽑아냈는데 김씨가 62년 월간 여성지 <여원> (女苑) 표지를 컬러로 찍은 것이다. 그 이후에도 김씨는 맥주 우유 비누 화장품 등 다양한 광고사진과 달력 제작 등을 도맡았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새로 구입한 카메라들을 만져 보고 연신 셔터를 눌러 봤다. "카메라가 나오면 제일 먼저 사. 현대 기술의 도움으로 폭넓은 사진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 카메라가 이렇게 발전하다보니 어떤 풍경을 찍느냐보다는 어떤 아이디어로 표현해 내느냐가 중요해진 시대가 됐어."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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