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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6> 미포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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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신조어로 본 한국, 한국인] <6> 미포머족

입력
2011.04.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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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다 자기의 사생활과 즉흥적인 감정 등을 올리는 네티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나를'(me) '알리는'(informer) 데만 열중하는 부류라는 뜻에서 '미포머(meformer)족'이라고 한다.

트위터의 게시물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석한 최근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용자의 90% 가량이 미포머족에 해당된다고 한다. 즉, 대부분의 트위터 사용자는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휴대폰을 샀다', '어느 카페에 와있다', '지금 피자 먹고 있다'는 등 남이 알아도 그만, 알지 못해도 그만인 신변잡기적 정보들을 올리는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포머족은 왜 그런 개인적 정보들을 올리는데 열중하는 것일까?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남들이 자기에 관한 사적인 정보들을 보기를 희망하니까 그것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남들이 자기의 내면세계나 사적인 영역을 들여다보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일 수 있다. 남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관찰하는 스토커를 달가워할 사람은 거의 없지 않는가. 그런데도 왜 미포머족은 자진해서 스스로를 타인들, 그것도 익명의 다수에게 시시콜콜 공개하는 '심리적 노출증'을 가지게 되었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SNS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되어왔으나, 나는 그 중에서도 '관계에 대한 갈망'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싶다. 현대인들은 날이 갈수록 파편화되면서 사회적 관계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특히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까지 승자독식의 경쟁원리와 그에 따른 배금주의가 확산된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해져 심지어는 가족사이의 심리적 유대까지 파괴되고 있다.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편애하고 자식들을 성공한 순으로 대접하는, 서로를 상품으로 대하는 가족의 모습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족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가까운 친구가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피 튀기는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에 들어선 사람들은 항상 사랑이 고프다.

사랑에 굶주린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관심이다. 그들은 따뜻한 사랑은 둘째치고 부모가 자기를 좀 쳐다보기라도 했으면 한다. 칭찬을 하건 욕을 하건 상관없으니 관심만이라도 가져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속으로 '날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며, 부모의 시선을 잡아 끌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것은 그래서이다.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은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고독감을 덜어줌으로써 약간의 심리적 안정감도 줄 수 있다. 즉, 모든 미포머족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자기를 알리는 데에 열중하는 심리적 노출증은 본질적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랑을 원하는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포머족의 증가는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불행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상실된 사회적 관계의 부분적인 대체물은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진짜 사회적 관계가 아니다. 한국인들에게는 미포머족이 될 필요가 없는 진짜 관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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