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바라키현(茨城) 앞바다 까나리에서 kg당 4.8베크렐(Bq)의 방사성요오드가 검출되자 일본 쪽 오염 수산물이 한국 바다까지 이동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가 오염수를 계속 바다에 흘려보내면서 이 물이 한국까지 올 것이라는 얘기도, 일본 심해에서 요오드가 검출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공포들이 진짜 맞는 것인지 궁금증을 풀어 본다.
요오드 쌓인 일본 까나리, 한국으로 오나
방사성요오드가 인체에 들어오면 약 99%가 갑상선에 모인다.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이재성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아가미 아래쪽에 있는 어류의 갑상선은 크기만 다를 뿐 조직학적으로 사람과 거의 같다”고 설명했다. 방사성요오드 대해 까나리도 사람과 비슷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방사능 오염 해역의 까나리가 바다를 통해 한국 수역으로 넘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장이 일본 북동부 연안에 몰려 있고 이동성이 매우 적은 어종이기 때문이다. 여름엔 모래 속에 틀어박혀 잠을 자고 다른 계절엔 바닷속 바닥에 붙어 사니 한반도 해역으로 들어오는 해류를 탈 일도 거의 없다.
일본 고등어 오징어는 괜찮나
까나리보다 오히려 고등어나 오징어가 걱정이다. 일본산 고등어는 계통으로 치면 태평양군, 한국 고등어는 대마도군으로 분류된다. 태평양군 고등어는 태평양 쪽 일본 연안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고 대마도군은 동해와 제주 주변을 오간다. 사는 공간이 다르긴 하지만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두 종이 섞일 가능성이 있다.
오징어는 먼 바다에 나가 잡는 경우 일본 쪽 오징어가 섞일 가능성이 좀더 높다. 이동우 국립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장은 “해마다 9~11월이면 일본 동쪽 바다의 일부 오징어가 홋카이도(北海道)와 혼슈(本州) 사이 쓰가루해협을 통해 동해 쪽으로 넘어온다”며 “그때 한국 쪽 오징어와 섞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랑어처럼 회유 반경이 큰 어종은 섞일 가능성이 더 크다.
결국 수산물에 대해서도 철저한 방사능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국립수산과학원 한국해양연구원과 함께 20개 수역의 해수와 해양생물 15종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검사에 오징어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석원 KINS 생활환경방사능평가실 책임연구원은 “고등어 삼치 전어 물메기 황어 용가자미 참돔 홍어 숭어 볼락 문치 가자미 넙치 불볼락 대구횟대 등 최근 많이 잡히는 어종을 중심으로 검사 대상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어류 방사능 기준치는 있나
일본을 포함한 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식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재 동일한 방사능 섭취제한 기준을 두고 있다. 박선희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기준과장은 “kg당 요오드는 300Bq, 세슘은 370Bq을 넘으면 수입되지 않는다”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이 기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만약 일본처럼 방사능 관련 사고가 국내에서 일어나면 섭취제한 기준을 다소 완화한다.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원전 사고 시 어류 육류 곡물의 세슘 기준치는 kg당 2,000Bq, 요오드 기준치는 1,000Bq이다. 채소 과일은 각각 1,000Bq과 500Bq, 물 우유는 각각 200Bq과 100Bq이다. 일본이 국내 사고 때 식품의 방사능 기준치를 채소(kg당 2,000Bq)만 정해 놓고 어류는 이제서야 검토하고 있는 데 비해선 대비가 잘돼 있는 셈이다.
오염수가 흘러올 가능성은
설상가상으로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했던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오염된 일본 바닷물이 한국에까지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학 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은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이 쿠로시오해류를 만나 태평양을 돌아 한반도로 오려면 수년이 걸린다”며 “단순히 오염수 배출량이 많다고 해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배출돼 바다에 점점 더 많은 양의 방사성물질이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심해 요오드 확산 영향은
일본에선 연안뿐 아니라 깊은 바닷속으로도 방사성물질이 퍼지고 있다. 1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30km 떨어진 심해 5곳에서 채취한 물에서 요오드가 리터당 최대 4.8Bq, 세슘이 최대 11.8Bq 검출됐다. 심해로 확산된 경우 방사성물질이 연안이나 얕은 바다에만 있을 때보다 해양생태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오염 정도를 고려할 때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