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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교 23곳 학생부 무단 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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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교 23곳 학생부 무단 정정

입력
2011.04.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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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A외국어고 3학년이던 B양의 학부모는 담임교사에게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진로지도상황에 기재됐던 진로희망을 외교관에서 교수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심지어 교사가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특기사항 내용까지 미리 준비해 내밀었다. '독일어와 독일 문학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학술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문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음.' B양 학부모의 요구대로 학생부는 수정됐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입시에 유리하도록 학생부를 마음대로 정정하는 일이 서울지역 고등학교들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부 정정 관련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30개 학교 가운데 23곳에서 1,261건의 부당 정정 사례가 적발됐다고 5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문제가 확인된 학교의 교장, 교감, 교사 29명을 경징계(감봉ㆍ견책)하고 198명에겐 주의ㆍ경고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부당 사례는 상대적으로 입시 경쟁이 치열한 특수목적고와 자율고에서 두드러졌다. 서울 지역 6곳의 외고, 2곳의 과학고 전부와 국제고 1곳에서 부당 사례가 발견됐고, 자율형사립고 9곳, 예술고 2곳, 일반계고 2곳, 자율형공립고 1곳도 적발됐다. 특히 C자율고 154건, D외고 131건 등 일부 학교에서는 100건 이상 무더기로 적발됐다.

영역별로는 학생부의 진로지도 상황을 임의로 정정한 것이 550건으로 가장 많았고, 독서활동(359건), 특별활동(268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76건), 봉사활동(8건)의 순이었다. 이들 비교과 영역의 활동 내역은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다소 다혈질적인 면도 있으나', '공부하느라 청소에 참여하지 않는 등 이기적인 면이 있고' 등 학생의 단점을 지적한 내용은 삭제됐고, '솔선수범하는 태도', '추진력 있음' 등 긍정적인 내용이 추가됐다. 장래희망이 돌연 방송PD에서 인문학자로 수정되거나, '교과성취도가 저조하다'가 '우수하다'로 바뀌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의 거듭된 전화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수정했다는 교사들이 많았고, 학생들을 위한다는 온정적 태도로 교사들이 쉽게 학생부에 손을 댔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관행이 잘못이라는 인식이 부족했던 점 등을 고려해 정도가 심각하거나 횟수가 100건 이상인 일부 학교 관계자에게만 경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장학지도와 감사를 벌여 유사한 사례가 적발되면 수위를 높여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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