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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불능을 호통치는 3색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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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불능을 호통치는 3색 무대

입력
2011.04.0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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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금 보내 줘. 난 혼자가 좋아. 뭐든지 먹을 수 있고, 아무데서나 잘 수 있어. 어느 쪽으로 가든 만나는 사람은 똑같아. 여기에서 저기로 사람들 발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누구를 만나도 괜찮아. 다시 만날 사람은 아무도 없어.” , ().

사르트르가 오래 전 말했던 ‘타인은 지옥’이란 명제를 새삼 떠올려야 할까? 눈만 뜨면 소통을 노래하는 사회지만 연극적 진실까지 그에 감염되지는 않았다. 초봄의 무대에 소통 불능의 징후가 무성하다.

13년 만에 찾은 막내 아이는 자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부부의 어두운 진실을 들추며 진정한 화해란 가능할지 묻는다. 외면적으로는 안온한 삶을 꾸리고 있는 부부에게 아이는 직면할 수 없었던 과거다. 한참 뒤 아이를 찾아 나선 부부 앞에 아이는 저렇듯 그간의 어두운 시간을 떠올리며 극단적 거부의 사인을 보낸다.

갑작스런 환대가, 그리고 제대로 고백되지 못한 과거의 어둠이 너무나 낯선 아이는 다시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는 “우리의 오랜 슬픔도 버리고 올 거야”라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 한다. “꼭 돌아갈게요”라는 말로 맺는 이 무대는 중견 배우 고인배 손봉숙부터 극단 산울림을 중심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안성헌 이혜원 등까지 신구 앙상블이 기대된다. 임영웅씨 연출, 29일~5월 8일 소극장 산울림. (02)334_915

현재 한국에서 폭력과 잔혹은 일상과 동의어가 아닐까? 국립극단의 ‘주인이 오셨다’는 폐쇄 공간을 배경으로 소통 불능의 소외자를 향한 폭력이 어떤 식으로 증폭돼 가는가를 보여 준다. 극은 포주를 피해 식당으로 도망한 한 여성이 주인 아들에게 성폭행당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사회에 대한 적의 때문에 연쇄 살인범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이 잔혹하게 그리면서 객석에 거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짝을 이뤄 활동 중인 고연옥 작가_김광보 연출의 네 번째 작품이다. 완성된 지 5년 만에야 무대화한다는 사실은 그간 거쳤던 숙성의 시간을 대변한다. 조은경 이기돈 등 출연, 21일~5월 1일 백성희장민호극장. (02)3279_2233

극단 풍경의 ‘교사형(絞死刑)’은 또 다른 소외자인 사형수 얘기다. 특히 국가 폭력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묘사했다. 1940년 일본을 뒤흔들었던 재일동포 이진우 사건이 토대. 교수형에 처해졌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과거의 기억을 깡그리 잊어버린 한 남자에게 그 범죄의 기억을 주입시켜 완벽한 사형을 처하려는 국가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결국 소통을 불능케 하는 괴물은 법이다. 오시마 나기사 작, 윤복인씨 각색 연출, 전이두 하지응 등 출연. 28일~5월 22일 정보소극장. (02)764_746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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