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극인들이 봄을 도발한다. 연극 실험실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의 봄 페스티벌 ‘나는 나르시스트다’는 세상을 향한 그들의 빛나는 함성이다.
소극장 혜화동1번지에 처소를 튼 5기 동인들은 현재 한국에 팽배한 자기 중심적 사고방식,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에 주목한다. 이들은 출구 없는 가정 폭력, 미국과 영어 중심주의라는 감옥, 성에 대한 탐닉 등 현재 한국을 특징 짓고 있는 일련의 증상을 자기 중심 사고와 연관해 해석한다.
극단 미인의 ‘ 더 위너(The Winner)’는 가부장주의가 기성세대의 전제주의와 어울려 또 다른 이름의 자아도취증으로 귀결되는 양상을 연극적으로 압축한다. 무대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사건과 배우에게 직접 개입하기도 하는 독특한 해설자의 존재는 이 연극의 양식적 실험 도구다. 김수희씨 작 연출, 한동규 박지아 등 출연. 20일~5월 1일
동구권에 출장간 미국인은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드러내는 현지인들의 태도가 버겁기만 하다. 미국 제일주의와 영어 보편주의를 그린 프로젝트 그룹 빠_다밥의 ‘인터내셔널리스트(The Internationalst)’. 원작에 따라 등장하는 언어는 배우들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낸, 실재하지 않는 언어다. 극히 낯선 언어 환경에 내던져진 객석이 취할 반응 양태가 이 무대가 의도하는 것이다. 앤 워쉬범 작, 김한내씨 번역 연출, 5월 4일~15일
그린피그의 ‘나는야 쎅쓰왕' 한국 사회의 문제는 자본주의가 팽배한 데서 비롯됐다는 시각을 급진적으로 표출한다. 자기 성애, 성적 이상, 자아 이상 등의 개념을 무대 언어로 펼치며 해박한 성적 지식과 다양한 욕구가 결국 타인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 증상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객석에 던진다. 작자이자 연출가인 윤한솔씨가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나며 보다 깊은 관극 경험으로 이끈다. 5월 19~29일
수몰 지구가 된 고향 땅을 찾은 한 남자의 내면 풍경도 때로 훌륭한 무대가 된다. 극단 해인의 ‘유년의 뜰’은 냄비 농기구 개진바위 등 수면 아래로 사라진 것들을 끄집어내 객석과 함께 지나간 것들에 대해 말한다. 이양구 작 연출. 6월 3~12일.
이번 행사는 7년간의 혼외 정사를 소재로 한 해롤드 핀터의 ‘배신’을 재해석한 극단 거미의 ‘배신’으로 끝맺는다. 거울과 매체를 활용한 영상적 시도는 이 무대의 또 다른 테마. 6월 16~26일. (02)764_7462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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