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반정부시위로 4일 19명이 숨진 데 이어 5일에도 5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던 미국마저 등을 돌리고 유럽국가들이 사태 중재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살레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수도 사나에서 살레 대통령 찬반세력이 충돌하며 5명이 숨졌다고 예멘 군 당국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사나에서 남쪽으로 200㎞떨어진 타이즈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 수백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타이즈에서는 4일에도 살레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에 참가한 수천명의 시민들에게 군과 저격수가 발포하면서 최소 17명이 숨졌다. 목격자들은 사복경찰들과 건물 옥상에 배치된 저격수들이 주 정부 청사 주변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타이즈 시위 여파로 사나와 서부 후다이다 등에서도 반정부시위가 벌어져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로써 반정부시위가 본격 시작된 지난 2월11일 이후 사망자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인명피해가 늘어나자 알카에다의 발호를 우려해 살레 대통령을 지지해온 미국도 살레의 권력이양을 촉구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알카에다가 정치적 혼란을 틈타 권력공백을 이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것이 살레의 권력이양작업을 촉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살레 대통령이 정권유지를 고수하자 부통령에게 과도정부를 맡기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5일 성명을 내고 즉시 정권이양이 이뤄져야 한다며 살레 대통령을 압박했다. 네덜란드 정부도 예멘 정부와 연계된 구호단체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예멘 정부와 야권 모두 6개 페르시아만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협의회(GCC)의 중재협상에는 참여하겠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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