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을 담은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온도에 적응하며 헤엄치다 결국 삶아져 죽고 만다. 갑자기 뜨거운 물에 닿으면 펄쩍 뛰어나가겠지만 천천히 오는 변화에는 그만큼 둔감하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쓰나미처럼 갑작스레 밀려오는 자연 재해에는 자신이 가진 것을 흔쾌히 나누고 인류애를 내세우며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처럼 천천히 다가오는 위협에 대처하는 모습은 다르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삶의 양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당시 275ppm이었지만 지난해 390ppm을 넘어섰다.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350 캠페인’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까지 낮추자는 운동이다.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기온 상승세가 계속되면 폭염 혹한 홍수 같은 기상 이변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유엔(UN)미래보고서 2011년판은 2015년이 되면 기후변화로 밀 생산량은 30%, 쌀은 15% 감소하고, 이들 농작물 가격은 각각 194%와 121%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히 쓰나미를 넘어서는 인류의 재앙이다.
강력하지만 천천히 다가오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그 변화의 중심이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류가 에너지를 소비하며 배출한 탄소와 쓰레기는 대부분 바다가 정화해왔다. 지구의 산소 중 75%가 바다에서 생성되며, 이산화탄소의 50%를 바다가 정화한다. 생명체가 바다에서 왔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지구 생물의 90%는 바다에 살고 있다. 하지만 바다의 산성화와 온난화로 금세기 말이면 해수면은 30~100cm 상승하고, 최악의 경우 세계 농경지의 3분의 1이 소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약점은 땅에는 국경이 있지만 바다에는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각국이 해양에 버린 쓰레기는 주인 없는 바다에서 거대한 쓰레기 섬으로 떠다니고 있다. 기름유출 사고가 해류를 타고 인접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어느 한 나라만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공유지의 비극’, 아니 ‘공유해(公有海)의 비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 바다를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변화의 해법도 바다에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의존한 식량, 광물, 에너지자원은 주로 육지에서 나왔지만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바다에는 무한한 자원이 있다. 고급 광물자원이 바다 밑바닥에 널려 있고, 파도 밀물 썰물로 신재생 에너지를 만들 수 있으며, 중수소 등으로 수소 발전을 할 수 있다. 식량자원도 지금은 주로 채취에 의존하지만, 앞으로는 바다를 목장화해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 자원과 식량 자원을 공급할 수 있다. 이처럼 바다는 인류와 적극적으로 상생해야 할 인류의 보고다.
2012년 5월 여수에서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박람회에 90여 개국이 일찌감치 참여를 결정한 것도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과제에 세계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멀고 피상적으로 느끼는 바다와 연안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은 녹색성장을 위해 ‘나 먼저(me first)’ 정신을 채택했다. 이제 드넓은 바다로 확산해야 할 때다. 뜨거워진 지구를 살리기 위해 나 먼저 폴짝 뛰자.
강동석 여수엑스포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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