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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삼포 가는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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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삼포 가는 길은 있다

입력
2011.04.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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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의 삼포는 황석영 소설 속에서는 만들어진 장소지만, 내 추억 속의 삼포는 고향 진해 바닷가 마을이다. 어느 봄날 나는 웅천 제덕마을에서 삼포로 가는 길을 처음 걸었다. 삼포마을에 사는 여학생을 데려다주기 위해 여럿이 동무해서 걸었다. 세월이 흘러 그 여학생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삼포 가는 길은 늘 눈에 선했다. 우리는 언덕 위 보리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삼포바다를 내려다보며 걸었다. 삼포 가는 길은 푸른 보리밭과 쪽빛 바다가 가슴이 뛰도록 아름다운 길이었다. 단지 그 선명한 한 장의 기억만으로 삼포는 나에게 오래 기억되었다. 고향 갔다가 오랜만에 삼포를 찾았다. 동행한 선배가 삼포바다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차를 세웠다. 그 언덕에 ‘삼포 가는 길’ 노래비가 서 있었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구비 구비 산길 걷다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노래비에 이 노래의 가사를 쓴 분이 1970년대 후반 이 곳을 다녀갔다는 기록이 있다. 그도 내가 본 그 아름다웠던 삼포를 보았던 모양이다. 삼포는 많이 변했다. 보리밭 사이로 난 길은 포장이 되고 사람 사는 모습도 변했지만 바다는 그 색깔 그 향기다. 삼포에 살던 그 단발머리 여학생은 지금은 어디에 살까. 진해바다에 가면 누구나 마음이 뛰는 삼포가 있다. 추억의 노래가 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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