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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꽃을 보며 더욱 늙음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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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꽃을 보며 더욱 늙음을 느껴

입력
2011.04.05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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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도 또한 공평치 않아

온갖 나무 꽃 피워도 사람만은 혼자 늙게 하네.

억지로 꽃가지 꺾어 흰 머리에 꽂아 보았지만

흰 머리와 꽃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라.

對花歎老

東風亦是無公道 萬樹花開人獨老

强折花枝揷白頭 白頭不與花相好

● 손곡 이달은 허균의 스승이었다지요. 허균은 서얼 출신인 스승의 비애를 몸소 느껴 서얼차대에 반대하는 <홍길동전> 을 썼다고도 하지요.

'개나리 사각기둥 가지에 노란 꽃이 피었다.' 십여 년 전 한 학동의 시를 보고 식물에도 사각기둥이 있냐고 놀라 물으니, 그 학동이 분명 사각기둥이라고 말하는 거였다. 퇴근길에 살펴보니 개나리 꽃핀 가지는 모두 사각기둥이었다. 그후 나는 꽃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었는데... 차차 머리가 희어지면서 꽃과의 악수도 민망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제는, 화사한 꽃보다 두둑두둑 고랑고랑 이랑이랑 가지런히 켜 놓은 들녘의 밭이 아름답고, 봄이라 한 옥타브 올라간 새소리가 더욱 정겨워졌다. 또 과거를 깨끗이 비워내, 큰 산도 번쩍 드는 거울 조각 하나가 부럽기도 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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