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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자식을 이혼으로 몰아가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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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자식을 이혼으로 몰아가는 부모

입력
2011.04.0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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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핵핵가족’ 시대

두 서너 해 전으로 기억됩니다. 20대 후반 여성이 재혼을 하겠다며 찾아왔습니다. 외모가 출중한 데다 재력도 있는 집안 출신이라 재혼은 쉬울 듯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소개를 못하겠다고 웃돈까지 얹어 환불해줬으니까요.

중매쟁이 20년 경력에 빨간 줄을 긋게 만든 그 사건의 배후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매우 집요하게 딸의 만남을 일일이 간섭했습니다. 상대남성을 결정하는 것을 물론 만남 과정에서도 대단한 입김을 뿜어댔습니다. 상대남성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을 수밖에요.

그 어머니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재혼희망 여성의 이혼사유를 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가족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더군요. 어느 남자도 배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지요. 모녀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것은 특정 집안의 별난 상황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식의 인생, 특히 결혼을 놓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모가 세대 간 신종 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세대에는 부모의 영향권을 벗어나 결혼하는 케이스가 흔했습니다. 여러분의 결혼을 생각해보십시오.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고, 부모가 반대한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지는 않았지요? 결혼생활 역시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부부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을 테고요.

하지만 지금부터 사정은 전혀 달라집니다. 핵가족 시대가 아니라 핵가족 중의 핵가족 ‘핵핵가족’ 시대이니까요. 자녀는 많아야 둘입니다. 부모 세대와는 여러모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 양육에 특히 많은 투자를 합니다. 목숨을 건다는 표현을 쓸 정도입니다.

결혼생활의 甲은 자녀

이런 부모는 자녀의 삶에 지나친 간섭을 하게 마련입니다. 직업 선택, 결혼, 이후의 생활까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겠지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녀를 키웠으니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믿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자녀도 그렇게 받아들일까요.

10년 전부터 핵핵가족 세대의 자녀가 성인이 되고 있습니다. 10년 후부터는 가족관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의 인생이 부모의 주된 관심사이니 세대 간 갈등은 한층 심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사자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몫이 더 커지는 셈이지요. 부모든 자식이든 삶이 더 힘들어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자식이 부부싸움을 하고 친가로 오거나 부모에게 하소연을 하면 야단을 쳐서 돌려보냈습니다. 옛날얘기지요. 요즘 부모는 내 품으로 돌아온 자식을 다시 돌려보내지 않습니다. 내 자식 눈에서 눈물이 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거든요. 이 같은 부모의 지나친 관심 혹은 애정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못본 척 눈 감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를 부풀려 자식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기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예전의 가족갈등 중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고부관계 정도였습니다. 그 또한 ‘내 자식 잘났다’는 식이 아니라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전통적인 감정, 기싸움이었습니다. 일종의 국지전이었지요. 현 시점은 전면전 상황입니다. 가족 전체의 갈등으로 치닫는 양상입니다. 사위 어렵고 며느리 귀한 줄 모르고 내 자식만 챙기는 부모, 자기 중심적으로 자라온 자녀 세대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자식이 언제까지나 부모 품 안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배우자의 가족과도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인생에서 영원한 갑(甲)은 없습니다. 을(乙), 때로는 병(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급증하는 이혼이 사회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결혼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가정과 학교, 사회의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이에 대한 합의가 절실합니다.

■ 남녀본색

가족 간 갈등은 이혼의 주요 사유다. 과거 고부갈등 정도에 그치던 갈등이 이제는 가족 전체의 갈등으로 비화된 상태다. 가족갈등으로 인한 이혼비율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1990~1999년에 이혼한 사람 1657명과 2000~2009년에 이혼한 사람 2748명을 대상으로 가족갈등으로 인한 이혼비율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1990년대 이혼자들은 가족갈등으로 인한 이혼비율이 7.3%였다. 2000년대 이혼자들의 가족갈등으로 인한 이혼비율은 11.2%로 나타났다. 1990년대보다 53.0%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관심 증가, 이와 더불어 결혼생활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교육 부재로 인해 앞으로 가족갈등으로 인한 이혼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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