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씨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이 출간 이틀 만에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가 급상승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엄마를>
7일(한국 시간) 오후 <엄마를 부탁해> 는 미국 최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가 40위 안으로 치고 올라갔다. 출간 하루 만인 6일 100위권에 진입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본격문학(literary) 부문에서는 전자책과 하드커버가 나란히 10위대에 올라 있다.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의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에도 80위대에 진입했고, 소설 부문에서는 20위대다. 이런 추세라면 온라인을 포함해 미 전역의 서점 체인, 독립서점업자 등을 총망라해 판매량을 집계해 미국 베스트셀러의 척도 역할을 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엄마를>
이 같은 대중적 성과는 한국 문학 책이 영어권 시장에서 이룬 첫 이정표로서 신씨의 표현 대로 ‘첫눈’이다. 한국 문학 책이 꾸준히 번역되긴 했지만 문학적 지명도와는 별개로 그간 대중적 주목은 거의 받지 못했다.
성공 요인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책이 담고 있는 주제인‘현대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모성적 가치’가 세대를 아우르고 국경을 넘어 어머니에 대한 보편적 정서를 자극했다는 점이다. 아마존닷컴의 독자 서평에도 “한국 가정에 대한 소설이지만 장소와 이름만 바꾸면 미국 어느 가정의 이야기다”며 “감동적이다(moving)” “애끊는다(heartbreaking)”등의 감상평이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한국 문화에 갈증을 느끼는 한인 2, 3세대, 특히 한국어를 모르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단비의 역할도 했다. 신씨도 “재미동포 가정에 한국어를 모르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 나와서 반갑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책을 낸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 출판사인 크노프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1915년 알프레드 크노프가 설립한 크노프사는 60년대 세계적 출판사인 랜덤하우스가 인수했는데 그간 토니 모리슨, 코맥 매카시, 존 업다이크, 존 치버 등 미국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펴내 왔다.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17명, 퓰리처상 수상자 47명이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곳을 통해 미국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이 출판사의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하는 책이 <엄마를 부탁해> . 출판사가 그만큼 밀고 있다는 얘기다. 2009년 9월 <엄마를 부탁해> 영문판 판권을 사들인 크노프는 신씨도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로 지난 1년 반 동안 치밀한 준비를 해 왔다. “책을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는 크노프 부사장 로빈 데서가 책 편집을 담당했고, 지난해 9월께부터 샘플본을 세 차례나 만들어 미국 언론, 서점, 북클럽 회원, 작가 등에게 배포해 반응을 체크했다. 이런 노력으로 책은 출간 전부터 아마존닷컴 등 각종 사이트에서 ‘읽을 만한 4월의 책’으로 선정됐고, 미국 주부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오프라 윈프리가 운영하는 오프라북클럽에도 ‘4월의 책 18권’ 중에 한 권으로 소개됐다. 엄마를> 엄마를>
미국 내에서 돌풍을 몰고 오면서 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인 NPR에서 서평가 모린 코리건은 “정통 문학 소설로 치장된 한국식 연속극”이라며 “반 도시, 반 모더니스트, 반 페미니스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김치 냄새 풍기는 ‘크리넥스 소설’(울음을 짜내는 소설이란 의미)의 싸구려 위안”이라며 한국을 비하하는 표현까지 써 청취자들이 ‘인종차별적이다’ ‘오만하다’ ‘다른 문화에 무지하다’ 등의 댓글을 달며 항의를 쏟아 내고 있다. 역으로 코리건의 과잉 반응이 나온 것도, 그 스스로 인정했듯 “이 책이 미국에서 히트작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송용창 기자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