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외롭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보내면 안 되잖아요."
1989년 단독 방북해 판문점으로 걸어 내려온 임수경(42)씨가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5년8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던 김은숙(52)씨를 위해 작은 음악회를 마련한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말기 위암 판정을 받아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 김씨가 의식을 잃기 전에 지인들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임씨는 "언니와 나는 80년대의 아픔을 가슴에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 의지해 왔다"며 "언니가 살아 있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 모든 지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과 함세웅 신부, 작가 유시춘씨, 배우 문성근씨, 조국 서울대 교수, 작가 공지영씨 등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광주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물은 최초의 반미투쟁이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정의를 위해 싸운 사람을 외롭게 둘 수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임씨가 트위터 모금을 시작하자 후원 통장에는 작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수백 명의 정성이 몰려들었다.
임씨 말대로 김씨는 외롭게 살아왔다. 김씨는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가 감형을 받았지만, 이후 이혼을 하고 두 딸을 홀로 키웠다. 번역 등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임씨는 "내년이면 미문화원 방화사건도 30년이 된다. 언니는 그 동안 철저히 사회에서 잊혀지고, 방치된 외로운 존재였다. 사람들에게 기억하게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김씨가 입원중인 서울 중랑구 녹생병원에서 5일 오후7시에 열린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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