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현 정권에 걸친 각종 의혹으로 수사 받아온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체류 중 기업체들로부터 받은 자문료에 대해 뇌물죄 혐의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대상으로 한 그림로비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은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하거나 혐의를 특정한 상태가 아닌 만큼 섣부른 예단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한씨 사건은 이런 식으로 개인비리에 국한해 다룰 사안이 결코 아니다. 그가 애당초 국민적 의혹의 핵심으로 등장했던 것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 등 직권 남용과 현 정권 실세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국세청장 연임 로비 때문이었다. 이미 구속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에 대한 비자금 요구 과정에서도 역시 현 정권 고위층과의 연계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출발했던 것이 개인적인 자리 보존 몸부림 정도로 희석돼버린 모양새다.
물론 대부분의 의혹이 그렇듯 표적 세무조사나 정권실세 대상 로비의혹도 부풀려졌을 수 있다. 수사기술상 밝혀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문제는 그런 의혹 규명을 위한 적극적 수사의지가 처음부터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치밀하게 계좌 추적을 하지 않았고 직접 연관설이 무성했던 실세인사들을 조사한 흔적도 없다. 박연차 로비사건 때의 집요했던 수사와 비교하면 그 의지가 확연하게 차이 난다.
검찰은 줄곧 부인하지만 의혹의 와중에 출국이 허용된 것부터 BBK 의혹의 핵심 에리카 김과 같은 시기의 입국, 수사 축소 의혹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역학관계와 맞물려 일련의 흐름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기된 대형 의혹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이 정도 선에서 수사를 끝낸다면 야당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국민들이 검찰에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은 만큼 국민에게 낯부끄럽지 않을 분명한 수사결과와 설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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