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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인들의 자취를 따라… '진옥섭의 풍류로드' 16일 첫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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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인들의 자취를 따라… '진옥섭의 풍류로드' 16일 첫 나들이

입력
2011.04.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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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47)씨가 기생 광대 무당 등 전통예인을 찾아다닌 지는 20년이 넘었다. 과거를 드러내기 싫어서 숨었거나 요즘 세상에 통하는 상품성이 떨어져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던 진짜배기 명인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해 왔다. 애써 찾아낸 재야의 고수들을 무대에 세웠다 하면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한 책 <노름마치> 는 스테디셀러다.

그가 전통예인들의 자취를 따라가는 답사의 길라잡이로 나섰다. '진옥섭의 풍류로드'라는 이름을 달고 16일 첫나들이를 간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이 마련한 1박 2일 프로그램이다. 전통예인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배우고 가르치고 풍류를 즐기던 곳을 찾아가 그들의 숨결을 느껴 보는 행사다. 입담 세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그의 맛있는 말솜씨가 풍류로드의 재미를 더할 듯하다.

첫 행선지는 내포 지역인 충남 서산시와 홍성군, 호남 우도 지역인 전북 군산시와 담양군이다. 최고의 명창이자 율객이었던 심정순(1873~1937)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원근 천리 광대들이 묵어가던 서산시의 낙원식당, 정노식이 <조선창극사> (1940)에서 판소리의 시조로 꼽은 전설적 소리꾼 최선달(1726~1805 추정, 본명 최예운)이 묻힌 홍성군의 묘, 민살풀이춤의 대가인 장금도(83) 명인이 일제강점기에 예기 수업을 했던 군산시의 소화권번, 김소희 장월중선 임춘앵 한승호 한애순 박후성 등 쟁쟁한 명창들이 모여들어 소리를 배우던 담양군의 지실초당 등이 여정에 들어있다.

현재 이곳들에 예전의 특별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군산시의 소화권번 자리는 시장통 생선가게로 변했고, 담양군의 지실초당은 메기탕을 파는 식당이고, 서산시 구 터미널에 있던 낙원식당은 개인 집으로 바뀌었다. 한때 예술의 산실이었건만 표지석 하나 없다. 그의 표현을 빌면, "깨진 사금파리 조각이 널린, 도굴당한 분묘 같다." 답사객들이 우르르 몰려가면 남의 영업 방해한다고 눈총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일 터. 그런데도 굳이 이 초라한 편린들을 찾아보는 뜻은, 무형문화유산의 유적 보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깨우고 싶어서다.

"문화재 보존에 신경을 쓴다지만 무형 유산에는 다들 관심이 적어요. 도시는 이야기가 숨어들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개발의 이름으로 삶의 냄새와 기억을 지우고 있지요. 그 바람에 사람 손때 묻고 신발짝 정리하기 힘들 만큼 예인들이 몰려들던 곳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있어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인데도 사소한 단서 취급조차 안 해요. 풍류로드가 그 '폐허'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답사의 백미는 장금도 명인의 군산시일 것이다. 수건을 들지 않고 맨손으로 추는 그의 민살풀이춤은 우리 춤의 즉흥성이 살아 있는 명무 중의 명무다. 그는 12세에 소화권번에 들어가 춤 소리 가야금 서화 등을 배웠다. 인력거 두 대를 보내야 춤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했지만 자식의 앞날을 위해 29세 무렵 활동을 접고 수십 년간 초야에 묻혀 지냈다. 이번 답사는 벚꽃 흐드러진 월명공원에서 그를 만나 군산이 번성하던 일제강점기 이 지역의 풍류 이야기를 듣고, 명물 중국집 빈해원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춤과 삶을 더 듣는다. 빈해원은 옛날 예기들의 무대였던 요릿집 분위기가 살아 있는 곳이다.

꾼들의 자취를 찾아가는 데 판놀음의 흥이 빠질 리 없다. 군산시에서는 장금도 명인의 춤이나 소리를 보고 듣는 행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산시에서는 심정순의 딸, 심화영의 승무를 이어받은 이애리의 승무를 보고, 담양군에서는 지실초당 인근에 있는 우도농악전수관에서 설장고춤의 명무 김동언의 설장고 가락을 듣는다.

진옥섭의 풍류로드 2편은 6월 25, 26일 경상우도 지역인 진주시 고성군 통영시 남원시를 돈다. 진주시의 교방문화, 고성오광대, 통영시의 남해안별신굿, 장금도 명인과 더불어 민살풀이춤의 마지막 대가인 남원시의 조갑녀 명인을 만나러 간다. 참가비는 11만원이다. 문의 (02)3011_1720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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