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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방사능 막는다고 짜게 먹다가는 자칫 '건강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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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방사능 막는다고 짜게 먹다가는 자칫 '건강 쓴맛'

입력
2011.04.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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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전세계 소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동안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요오드화칼륨이 소금에 많이 함유돼 있다는 소문이 돌며 사재기 열풍이 일었다. 최근에는 조만간 우리나라 해역도 방사능 물질에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로 천일염이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다. 모자라도 넘쳐도 탈인 소금 섭취량을 적절히 유지하는 법을 알아본다.

소금 과다 섭취, 각종 질병의 주범

소금은 나트륨과 염화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성분은 우리 몸의 신경과 수분대사를 흐트러뜨려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소금은 고혈압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소금을 너무 섭취하면 혈관벽이 혈압을 높이는 노르아드레날린에 지나치게 민감해져 혈관이 수축되고, 소금이 물과 결합해 혈액이 늘어나면서 고혈압이 된다.

과도한 소금 섭취는 콩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혈액 속에 나트륨 수치가 높아지면 콩팥은 불필요한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그런데 장기간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미처 배출되지 못한 나트륨이 몸 속에 계속 쌓여 콩팥의 여과 기능을 망가뜨린다.

과도한 소금 섭취는 비만을 일으킨다. 짠 음식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 음식 중독을 일으키므로 폭식증과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짜게 먹다 보면 짠맛을 상쇄하고 소금에 빼앗긴 체세포의 수분을 보충하려고 탄산음료나 주스를 많이 마시게 돼,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포도당을 제대로 운반하지 못하는 상태)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과도한 소금 섭취는 각종 눈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안구는 투명하고 얇은 콜라겐 섬유 보호막으로 덮인 채 많은 양의 물을 포함하고 있다. 소금은 우리 몸 속 곳곳의 체세포에 들어 있는 물을 빼앗는데, 안구도 예외가 아니다. 소금이 안구에서 수분을 빼앗으면 망막과 각막, 백반(황반)에 각종 병이 생긴다. 특히 각막을 부풀려 백내장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과도한 소금 섭취는 여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피부노화의 원흉이기도 하다. 피부가 탄력이 있으려면 결합조직인 콜라겐이 다량의 수분을 함유해 팽팽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소금이 콜라겐으로부터 수분을 빼앗으면 피부층이 얇아지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급속히 노화된다.

소금은 연골과 관절, 결합조직의 원활한 수분대사를 방해해 관절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연골조직 속의 물, 즉 관절활액은 뼈끼리 마찰하는 것을 최소화해 관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소금은 이 관절활액을 희석해 점성을 떨어뜨려 관절질환을 일으킨다.

적절히 소금 섭취하면 피로회복제

그렇다고 소금이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 소금에 포함된 나트륨은 칼륨과 함께 세포에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없애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호르몬 등과 결합해 수분대사를 원활히 해 혈중 염도와 혈압을 조절한다. 또한 나트륨은 몸 전체에 신경 자극을 전달하는 전기신호의 통로를 통제하는 데에도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소금에 포함된 염화물은 단백질 소화를 돕고, 칼슘과 철분을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이온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몸 속에 나트륨이 너무 적어도 피로와 현기증을 유발하는 저나트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심한 설사와 구토에 시달린 뒤 이런 증상이 자주 생긴다. 설사나 구토 뒤에 물을 많이 마시면 일시적으로 몸 속의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마시면 금세 회복된다.

나트륨 부족은 뇌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세포는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나트륨관으로 연결돼 있어, 이 관을 통해 신경자극을 전달한다. 따라서 나트륨이 부족하면 뇌 신경에 영양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만성피로와 기력부진, 졸음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결국 소금은 섭취량이 관건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6g(찻숟가락 하나 정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금의 역습> 을 펴낸 독일의 식품영양학자 클라우스 오버바일 박사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1.5g 이하로 줄이라"고 권한다. 그 정도면 우리 몸이 원하는 나트륨과 염화물의 양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소금의 섭취량을 줄이려면 우선 소시지와 냉동식품 등 가공식품을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 가공식품은 별로 짜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도 엄청난 양의 소금이 들어 있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 채소와 과일 등 칼륨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칼륨은 체내에서 나트륨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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