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자전거 도로 조성사업이 혈세를 축내며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보도에서 차도로 설치장소가 바뀌는가 하면, 분리시설물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도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시는 6일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불편사항을 반영해 자전거 도로와 차도 사이에 있는 분리시설물을 제거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서울시 업그레이드 자전거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둘러싼 서울시 정책이 그간 사회적 상황이나 여론에 따라 수시로 바뀐 전력이 있어 일관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전거 도로가 본격 등장한 것은 지난 1997년. 이때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설치된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 기존 보도의 일부 공간에 녹색 아스콘 등을 포장해 만든 것이다. 2006년까지 조성한 총 648㎞의 자전거도로 중 90% 정도인 593㎞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공간이 좁아 걷기도 어렵고 자전거 타기도 힘든데다 보행자와 자전거 간 충돌 위험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적이 계속되자 자전거 도로는 보도에서 차도로 내려왔다. 시는 2008년 '도로 다이어트' 방식의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계획을 내놓았다. 기존 차로의 폭을 줄여 차로와 같은 평면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구축하고, 자전거 출퇴근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차로에 선만 그으면 자전거 전용도로냐"는 불만이 나왔다. 분리시설물이 없어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수시로 도로를 침범해 '무늬만 전용도로'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내 자전거도로 교통사고 건수가 2007년 1,874건에서 2009년 3,068건으로 급증했고, 사망자도 2007년 25명에서 2009년 45명으로 늘었다.
시는 2009년 말부터 차도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분리시설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차로와 자전거 전용도로 경계에 콘크리트 연석이나 펜스 등을 놓았다. 그러자 또 택시 승하차가 불편하고 상가 물품운반에 지장을 준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교통사고 등 정체 시 자전거도로 공간을 활용하지 못해 도로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시는 이번에 차로와 자전거 도로 분리시설물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기로 한 것이다. 시는 강남구 잠원동 자전거도로에 설치한 경계석이 교통정체를 유발한다는 민원이 폭주하자 만든 지 두 달도 안된 지난 2월 철거했다. 시가 2009년과 2010년 자전거도로 관련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248억원이다.
시는 이날 도로 여건에 맞는 새로운 자전거도로 매뉴얼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장정우 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폭 1.5m 정도인 자전거도로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 뉴욕처럼 바닥에 차로와 경계 표시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지하철 역사 인근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에게 하루 300~500원을 보상해주는 '환승보상제'를 8월부터 신도림역과 수유역에서 시범실시한다고 밝혔다.
류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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