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58) 전 국세청장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주류업체 면허 재취득 과정에서 석연치않은 정황이 드러나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주류수입업체 D사는 2007년 6월 무면허 업자들에게 58억원어치의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주류수입 면허가 취소됐다. D사는 면허 취소 2개월 후 38억여원의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별도 고발됐고, 임원 2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주세법상 주류 면허 신청인(법인일 땐 그 임원)이 50만원 이상의 조세를 포탈해 처벌 또는 처분을 받으면 5년간 면허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면허 취소 8개월 만인 2008년 2월 D사에 면허를 재발급해 줬다.
이에 대해 당시 면허 재발급에 관여했던 전직 국세청 간부는 기자와 통화에서 "면허 취소 사유가 조세포탈이 아니라 무면허 업자한테 술을 팔았다는 것이라 해당 주세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주세사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무면허 업자와의 거래로 면허 취소 시엔 6개월 후(현재는 1년) 재신청이 가능했다. 따라서 D사 면허 재발급은 외관상 근거를 갖춘 결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주세법 조항을 적용치 않은 국세청의 판단은 D사에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법령을 해석한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변호사는 "'면허를 (발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주세법 문구는 재량에 맡기되,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해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D사 관련 소송에서 '고액의 탈세범한테 단기간에 면허를 재발급해 준 전례를 알려달라'는 법원의 사실조회 신청에 대해 국세청이 "전례와 관계없이 법과 규정에 따른 면허 부여"라며 사실상 답변을 회피하는 회신을 한 것도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다.
한 전 청장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도 이미 D사가 한 전 청장 등 국세청과 정치권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했다는 내용의 첩보를 입수, 내사를 진행해 왔고 수사 착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준규 검찰총장과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날 주례보고 자리에서 한 전 청장을 '학동마을' 그림로비 및 주정업체로부터 고문료를 수수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1차로 마무리하고, D사 관련 등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시차를 두고 계속 수사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총장이 한 지검장의 'D사 수사 불가' 입장에 제동을 걸었다는 갈등설도 불거졌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두 분이 의견 충돌은커녕 100% 일치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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