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차세대 전투기(FX)로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인데도 정작 공군은 스텔스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스텔스를 스텔스라고 말할 수 없는 공군의 속사정은 뭘까.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영공방어,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 참석한다. 스텔스 전투기가 과연 필요한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학송 의원이 주최한 행사로, 특정 의원의 행사에 참모총장이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각군본부 정책실장(소장)이 대신 참석하는 게 관례다.
자연히 이번만큼은 공군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울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공군은 최소한의 전력만으로도 북한에 심리적 공포를 줄 수 있는 스텔스기를 선호하고 있다. 레이더에 감지될 위험이 낮아 적진 깊숙이 침투해 주요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0~40년이 넘어 수명이 다한 F-4, F-5전투기가 올해부터 퇴역하는데 2019년이 되면 전투기 숫자가 적정 규모인 430대보다 100여대가 적은 320대 미만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양보다 질로 승부하기 위해서도 스텔스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공군의 판단이다.
그런데 박 총장의 축사에서 스텔스라는 말이 쏙 빠졌다. '차세대 전투기를 고려함에 있어 스텔스 전투기를 추진하는 이유는'이라는 구절이 '차세대 전투기 전력화를 추진하는 이유는'이라고 바뀌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방개혁과제의 일환으로 "스텔스 전투기를 조기에 도입하겠다"며 누차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군은 "무기도입 결정은 합동참모본부 권한이기 때문에 꼭 집어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부기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후보 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와 보잉사의 F-15SE가 유력한데 F-35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15SE는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전천후 전투기를 표방하고 있어 미묘한 표현 차이에 따라 특정 기업 편들기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FX사업이 계속 표류한 탓도 크다. 2007년부터 120대를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각군의 힘겨루기와 예산문제 등으로 4년째 착수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60대로 반토막 났고, 2016년까지 20대를 우선 도입하되 추가 물량은 이후에 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될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6일 "내년에 첫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여전히 안심하기 이르다"며 "공군이 입 조심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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