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4월 9일 미국 뉴욕시 5번가에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빌딩이 세워졌다. 지상 102층, 높이 381m. 뉴욕의 자부심이자 번영하는 미국의 상징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이었다.
지금은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828m), 타이베이 금융센터(509m),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452m) 등 수많은 고층 건물들에 세계 최고층의 자리를 내준지 오래지만, 아직도 많은 지구촌 사람들에게는 1920년대 포효하던 미국 번영의 상징으로 뇌리에 남아 있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1년을 조금 넘는 초단기 공법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1931년 5월 1일 역사적인 오프닝을 하게 된다. 건축가 윌리엄 램(William F. Lamb)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가장 높게 지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빌딩에는 모자가 필요해!"라고 외친 한 투자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비행선이 정박할 수 있는 첨탑도 얹었다. 60m 높이의 이 첨탑은 가벼운 비행선의 국제공항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거센 바람 때문에 이후 전망대로 사용되게 됐다. 전망대 수입은 빌딩 유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82층과 102층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뉴욕의 아름다운 마천루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금융가의 고층 빌딩 숲과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고 서쪽으로는 허드슨강과 뉴저지주, 동쪽으로는 유엔 빌딩의 모습이 보인다. 이 빌딩은 유명세만큼이나 TV 영화 문학 등에서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곤 했다.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 1933년 만들어진 영화 '킹콩'일 것이다. 킹콩이 빌딩을 기어올라 꼭대기에 매달린 장면이 압권이었다. 이 영화는 1976년 제시카 랭 주연으로 리메이크됐다.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의 '러브 어페어(1994)'와 톰 행크스, 맥 라이언의 발랜타인데이 데이트 장소였던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밤이면 뉴욕의 얼굴답게 총천연색으로 변한다. 2001년 무역센터가 9ㆍ11테러로 사라지면서 다시금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사랑 받고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함께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 하겠다.
한국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만드는 '이 주일의 小史(소사)'가 앞으로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사진이라는 열차를 타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수십 년 전 이번 주에 있었던 의미 있는 현장으로 독자 들을 안내할 것입니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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