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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환율전쟁 조짐 보인다

입력
2011.04.0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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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에 2차 환율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일본 대지진 이후 신흥국을 이탈했던 자금들이 다시 급격히 U턴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를 가파르게 끌어 올리고 있는 것. 일부 국가들은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비상수단을 강구하고 있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직전 뜨겁게 가열됐던 환율전쟁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20면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 외환시장에서 대부분 신흥국 통화들은 달러화에 대해 가파른 절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호주 달러화의 가치(1호주달러= 1.0389 미 달러)는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1983년 이후 2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달러화는 최근 10개월간 28%나 절상됐다.

지난해 1차 환율전쟁을 주도했던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도 연일 급등세. 헤알화는 지난 1일 하루에만 1.16%나 급등, 달러당 1.612헤알로 마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3년 반 만에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 역시 달러당 6.5486위안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우리나라 원화 또한 금융위기 이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왔던 1,100원선이 무력화되면서 달러당 1,091.1원까지 가치가 상승했다.

이처럼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등하는 것은 글로벌 자금이 급속히 몰려들고 있기 때문. 일본 대지진과 중동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자, 안전자산 쪽으로 잠시 피해있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다시 고수익(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ㆍ채권시장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최근 13거래일 동안 3조6,000억원이 넘는 외국인자금이 순유입됐다. 특히 저금리 일본 엔화를 빌려 고금리 신흥국에 투자를 해 수익을 내는 엔캐리트레이드가 다시 늘어나고, 호주와 브라질 등에는 자원에 투자하려는 자금까지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에 각국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브라질은 주초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과 엘레샨드리 톰비니 중앙은행 총재가 회동, 헤알화 가치 방어를 위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 현지 언론들은 “금융거래세(IOF) 인상 등 환율방어를 위한 추가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역시 “통화 강세가 제조업체와 관광업체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경계감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 우리나라도 일단은 인플레 압력을 희석시키기 위해 일단 절상을 용인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정도로 절상될 경우 그대로 방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각국이 자국경제를 지키기 위해 다시 환율경쟁에 나선다면 상호마찰과 나아가 보호무역의 폐단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 자금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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