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말한 게 벌써 3개월 전이다.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3년 전보다 왜 지금 기름값이 더 비싸냐는 지적이었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 현장조사에 나섰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내가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다. 직접 정유사들의 원가 장부를 뒤져볼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기름값 결정체계를 정밀 분석해 잘못된 가격구조를 바로잡겠다며 석유 전문가와 경제부처 실무자들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치솟는 유가에 몸살을 앓던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기세 등등한 정부의 태도에 곧 기름값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TF팀 활동이 마무리됐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석유제품마다 원가 구조가 다른데다 환율과 수급 등 가격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오래도록 독과점 체제를 유지해 온 만큼, 기름값 결정과정이나 유통구조에서 담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그런 불합리한 구조를 고쳐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정유사를 압박해 기름값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기름값의 50% 안팎이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인데, 5% 미만인 정유사와 주유소 마진과 유통비용을 줄여봤자 인하 효과가 얼마나 되겠는가.
물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부터 내려야 한다. 한시적으로라도 유류세를 내려 기름값 인하 의지를 보여야 옳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유산업의 경쟁구도를 촉진해 정유 4개사의 과점체제를 허물어뜨리는 게 중요하다. 지금처럼 정유사의 팔을 비트는 즉흥적 방식으로는 피부에 와 닿는 기름값 인하는 어렵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25주 연속 올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정부는 기름값 인하 공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말이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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