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만큼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많은 종목이 또 있을까. 코트 안에서는 적이지만 코트 밖에서는 금세 형님과 아우가 된다. 지난해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KT-KCC, 모비스-동부가 붙었을 때 사람들은 ‘호형호제 시리즈’라고 했다.
2010~11 4강 플레이오프가 4일부터 시작된다. 4일 부산에서는 정규시즌 1위 KT와 4위 동부가, 5일에는 인천에서 정규시즌 2위 전자랜드와 3위 KCC가 만난다.
올해 4강전을 치르는 감독들도 보통 사이는 아니다. 전창진(48) KT 감독과 강동희(45) 동부 감독은 동부 시절 감독과 코치로 4년간이나 한솥밥을 먹었다. 2009년 전 감독이 KT로 옮기면서 강 감독을 사령탑으로 추천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허재(46) KCC 감독과 유도훈(44) 전자랜드 감독은 용산고 2년 선후배다. 하지만 둘은 선수 시절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기아(현 모비스)와 현대(현 KCC) 소속이었다.
언뜻 보면 친형제 이상일 것 같은 네 사람이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전창진, 허재, 유도훈 감독은 모두 용산고 출신으로 각각 2년 터울이지만 ‘노선’이 조금 다르다.
동부시절 전창진 감독은 용산고 8년 선배인 신선우(55) 감독(현 SK)의 KCC와 만나기만 하면 혈투를 벌였다. 두 감독은 2003~04시즌과 2004~0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나 1승씩을 주고받았다. 유도훈 감독은 용산고 대선배인 신 감독 밑에서 선수, 코치를 거쳐 KT&G(현 인삼공사) 감독까지 오른 뒤 지금 이 자리에 섰다.
유 감독은 5일부터 열리는 4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모 전직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고문’ 자격으로 매 경기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면서 허심탄회한 조언을 해달라는 것이다.
박수교 SBS ESPN 해설위원은 “김주성이 LG와 6강 3차전처럼만 해준다면 동부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며 “노련한 서장훈이 하승진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 전자랜드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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