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재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 넣어 주실 때마다
할머니도
아--
아--
입을 크게 벌리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할머니를 보면
참 우스워요.
세 살배기 내 동생이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오물오물거릴 때마다
할머니도
내 동생을 따라
입을 우물우물하지요.
할머니 입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 할머니 한 분이 유모차를 밀고 밭으로 가네요. 씨감자 한 바구니가 유모차를 타고 있네요. 할머니의 애기는 씨앗인가 보네요. 여름에는 붉은 고추, 애호박도 할머니 유모차를 타지요.
할머니가 아기에게 밥을 먹이는 평화로운 풍경이네요. ‘자식새끼들 입 속으로 밥숟가락 들어간다/저기가 극락이다’ 란 고은의 짧은 시가 생각나네요. 오물오물 밥 먹는 아기의 탱탱한 볼과 빈 입 우물우물 거리는 할머니의 주름밭 얼굴이 떠오르네요.
아기에게 밥 먹이며 자신은 공기만 먹으면서도 배부른 표정 짓을 할머니 모습 그윽하게 그려지네요.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