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궤도 이탈한 국·공립 공연장] <3> 장르 특성화 계획 못지키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궤도 이탈한 국·공립 공연장] <3> 장르 특성화 계획 못지키는 한국공연예술센터

입력
2011.04.02 11:01
0 0

중앙대 교수를 역임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같은 대학 최치림 교수를 이사장으로 임명해 2010년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문화부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 그러나 한팩은 특성화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역할을 둘러싸고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경영 상태와 운영 방향도 베일 속에 가려져 공공성에서 이탈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2008년 9월 3일 국립예술기관 특성화 계획을 발표하며 1980년대 문예회관 시절부터 연극의 메카였고 130여개 연극 중심 소극장이 둘러싸고 있는 서울 대학로 한복판의 아르코예술극장(4,545㎡)을 무용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명동예술극장과 서울시 산하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을 할 수 있으니 아르코극장은 무용에 내주자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연극의 메카를 없애려 하나"는 연극인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문화부는 아르코극장의 무용 중심 운영 원칙은 유지하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매입해 둔 상가 건물을 대학로극장(2,243㎡)로 리모델링해 연극 중심으로 특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20억여원의 혈세를 들여 새로 조성한 두 극장의 운영은 당초 계획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5일 한팩에 따르면 아르코극장의 지난해 공연 실적은 연극 44편에 무용 41편으로 무용 중심 극장으로 만든다는 당초 취지와 반대다. 연극 중심으로 키우기로 한 대학로극장의 경우 연극이 57편으로 많지만 무용ㆍ다원 공연도 26편으로 적지 않다.

한팩은 대학로 극단들의 공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쇳대박물관 지하공연장(184석)과 원더스페이스 지하의 동그라미극장(183석)을 총 12억여원을 들여 임대해 연극 공연에 대관했다. 그러나 동그라미극장은 지난해 7월로 임대가 끝났고 쇳대박물관 지하공연장도 7월 임대기간이 종료돼 계약연장이 불투명한데다 투입 예산도 3억여원으로 줄었다.

연 36억여 원 국고지원을 받는 국립 공연장에서 민간 소극장보다 싸게 좋은 시설을 활용해 공연할 수 있기를 기대하던 연극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150석 정도의 대학로 민간소극장 일일 임대료 70만~80만원에 비해 저렴한 30만원 내외의 임대료를 받는 한팩 정기 대관 기회는 1년에 단 한 번이고 경쟁률도 평균 3대 1로 높은 편이다.

무용계도 한팩 운영에 불만이 많다. 한 무용인은 "아르코극장은 무용 담당 예술감독이 대관에 거의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는데 자신만의 공연을 하려는 무용수에게는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대극장 대관에 대한 연극계의 불만도 크다. 민간 극단들의 작품을 올리는 임대극장의 작품 선정 권한은 한팩 연극담당 예술감독 한 사람에게 있어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한팩은 아르코, 대학로극장을 기획공연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대관 일수가 줄어 극단과 무용단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팩의 올해 대관공연 건수는 지난해 51건에서 48건(계획)으로 줄었다. 특히 수요가 가장 많은 연극 대관은 28건에서 19건으로 줄었다. 대관을 줄이기는 명동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도 마찬가지여서 영세한 극단들은 갈 데가 없다.

한팩은 올해 초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는데도 의무사항인 홈페이지 경영공시를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다. 한팩은 대학로극장 공간조성자금을 부실 관리해 지난해 8월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팩 관계자는 "지난해 공연 프로그램은 2009년 정해진 것이어서 실질적 중심 극장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진행 될 것"이라며 "한팩의 소극장 임대지원사업은 문화부가 별도예산을 편성해 대학로 소극장을 간접지원을 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기획대관은 대관료가 없기 때문에 예술인에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해명했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