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곡은 차이코프스키(1840~1893) 할아버지 음악이에요. 돌아가신 지 100년이 좀 넘었는데 어느 나라 분일까요."
무대에 선 아모로쏘앙상블 이주용(34) 대표의 질문에 아이들은 "미국이요" "아냐, 오스트리아야" 등 서로 자기 말이 맞다 우기며 갖가지 답변을 쏟아냈다. 한 아이가 엉뚱하게도 "태국"이라고 하자 공연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회복지법인 삼동소년촌의 지하 대강당. 대학연합 문화예술나눔봉사단체인 아트앤쉐어링(Art&SharingㆍA&S)과 마포구가 손잡고 마련한 게릴라콘서트의 첫 순서로 아모로쏘앙상블 클래식 콘서트가 열렸다.
10명으로 이뤄진 협주단이 첫 곡으로 차이코프스키 '꽃의 왈츠' 연주를 시작하자 삼동소년촌과 지역아동복지회관 초등학생 30여명은 재잘거리던 수다를 멈추고 어느새 무대 위 선율에 빠져들고 있었다. 난생처음 클래식공연을 보는 터라 현악기(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관악기(플루트 클라리넷 바순)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클래식 화음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아이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공연은 마포구가 올해 초 재능 기부의 일환으로 감동과 재미를 함께 선사하는 '볼런테인먼트'(Voluntainmentㆍ자원봉사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 행사를 기획하면서 마련됐다. 예술을 전공했거나 조예가 깊은 이들이 모여 소외 이웃 등을 찾아가는 공연을 해 보자는 취지다.
2009년 4월 서울 시내 여러 대학의 대학(원)생 70여명이 모여 결성한 A&S 회원들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고, 아모로쏘앙상블eh 짬을 내 삼동소년촌을 찾아 클래식 공연을 펼친 것이다. 행사를 기획한 A&S 양성락(연세대 4) 회장은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선사하고 싶어 공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으로 더욱 유명해진 '넬라판타지아', 영화 '여인의 향기' 삽입곡인 '뽀르 우나 까베짜'(Por Una Cabeza) 등 40여 분간의 연주가 끝난 뒤 아이들은 앙코르를 외치며 즐거워했다. 앙코르 곡으로 '마법의 성' 연주까지 마친 이주용 대표는 "다양한 악기가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빚어내듯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고운 아이들로 자라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A&S는 소외 계층뿐만 아니라 주부들을 위한 브런치 콘서트, 거리 시민들을 위한 댄스공연 등 매달 한두 차례씩 다양한 게릴라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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