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5일 '누구를 위한 석패율인가'라는 정책 세미나를 열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출 석패율제 도입 방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주의 극복을 명분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석패율제에 대해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군소 정당들이 한 목소리로 반발하는 형국이 됐다.
군소 정당들의 반발은 석패율제가 거대 정당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현재의 비례대표제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석패율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하고 지역구 낙선자 중 표를 많이 얻은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날 세미나에서 "직능 대표성과 소수자 대표성이라는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많이 훼손한다"며 "이는 정치 선진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석패율제 도입 방안을 제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국회의 전체 의석 수를 늘리지 않는 한 전문가와 소수 집단의 정치적 충원이 감소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원론적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석패율제의 혜택이 제1당과 제2당에게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석패율제는 비례대표 의석수(54석)를 잠식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모든 정당에 중립적으로 적용된다. 각 정당들이 총선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 받고, 그 안에서 일부를 떼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에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등으로 아깝게 낙선한 후보라도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사표(死票) 심리가 줄어 주요 정당의 득표율 상승과 비례대표 의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석패율제로 취약 지역에서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정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뿐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석패율제 당선 의석이 따로 책정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이회창 대표는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소수당에는 전혀 혜택이 없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의석을 늘리게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석패율제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찬성하고, 선관위도 적극적이어서 실현될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다만 군소 정당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의원 수를 늘리는 문제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 적지 않아 내년 19대 총선부터 당장 석패율제가 실시될지는 미지수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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