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균이 설치는 한여름보다 더 장사가 안 된다"
일본이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5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김모(46)씨는 "없어도 너무 없다"는 말로 운을 뗀 뒤 한참 동안 한숨만 푹푹 쉬었다. 목 좋고 손님 많아 부러움을 샀지만 그의 시선이 머무는 시장 골목은 끝에서 끝이 훤히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이 곳 상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크게 탄식했다. 건어물 등을 취급하는 J상회 김모(49)사장은 "일본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매출이 30% 가량 줄었다"며 "방사능 오염수까지 바다에 내버렸다니 손님이 얼마나 더 줄어들게 될지 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런데다 수산물가격까지 급등, 썰렁한 분위기를 더했다. 정읍수산의 최모(42)씨는 "올 초 한파가 덮쳐 양식 치어들이 폐사하는 바람에 국산 가격도 낮지 않다"며 "여기에 일본산 생태 참돔 농어 등의 공급이 딱 끊기면서 가격이 올라 찾는 사람이 아무래도 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옆에 있던 상인 임춘석(27)씨가 거들었다. "㎏당 2만5,000원 하던 도미가 4만원이 넘고 보니 솔직히 파는 나도 부담스러워요. 그나저나 이놈의 방사능 공포는 언제쯤 사라질지…." 어물전 상인들의 한숨만 시장을 가득 메웠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횟집들도 큰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 이날 점심시간 빌딩숲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로 북적대는 서울 무교동 식당가 풍경이 극명하게 갈렸다. 각종 찌개, 구이, 비빔밥 등을 내놓고 있는 식당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줄을 선 손님들로 북적댔지만 대구탕 생태탕 회 등을 파는 식당들은 사장이 직접 문밖에까지 나와 손님을 맞고 있었다.
도루묵 매운탕, 물회밥 등을 많이 팔아왔다는 또 다른 횟집 주인은 "'물건 싱싱하냐'고 묻던 손님들이 요즘엔 취급 생선이 모두 국내산인데도 '일본산인 거 없느냐'고 물을 정도"라며 "일본 방사능 문제가 하루 이틀 갈 것도 아니고 계속 이런 분위기라면 일찌감치 문 닫는 게 나을 판"이라고 했다. 영덕본막회 양옥희 사장은 "월 임대료에, 종업원 월급 주려면 하루에 못해도 200만원어치는 팔아야 하는데 오늘 낮엔 60(만원)밖에 못했어. 저녁엔 손님이 더 없으니 반타작도 글렀다"고 한탄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의 한 일식당. "점심 때면 무조건 꽉꽉 차고 자리 회전도 두 번씩 이뤄지던 집"이라는 사장의 설명을 곧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 식당 주인 김진수(70)씨는 "정부가 국내 유통되는 수산물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파리만 날린다"며 "이유를 따져보니 기본적으로 정부를 믿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언론들이 유난히 떠들어대는 탓도 있는 것 같다"고 타박했다.
동료들과 김치찌개로 배를 채웠다는 직장인 박소현(31)씨는 주변의 식당 간판들을 가리키며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메뉴가 다양한데 지금 같은 때에 수산물을 고집할 특별한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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