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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대로 고용해달라는 게 잘못인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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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대로 고용해달라는 게 잘못인가" 호소

입력
2011.04.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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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아산공장 하청노동자 농성장14개 사내하도급업체 1000여명 임금·처우 등 차별 시달려와정규직 전환 파업 참가로 징계ㆍ해고… 원청업체 외면 속 갈등

지난달 31일 장항선 온양온천역. 완연해진 봄기운과 온천나들이에 나선 행락객들로 역 광장은 활기가 돌았지만 광장 한 구석에 세워진 10평 남짓한 허름한 천막 안에는 한기가 돌았다. 불법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감봉, 정직, 해고 등 징계를 받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도급(하청) 노동자 190여명이 '불법파견 중지와 비정규직 전원에 대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교대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과중한 업무강도, 열악한 처우

2004년 여름부터 현대차 아산공장의 쏘나타와 투싼 엔진조립 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정훈희(30)씨. 그는 요즘 주말마다 영구차 운전사인 아버지를 도와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노조의 파업에 참가한 그는 지난달 근무지를 이탈하고 무단 결근했다는 이유로 3개월 정직처분을 받았다. 같은 공장의 도장공정에서 일하는 그의 어머니(53)도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아 요즘 3인 가족의 생계는 오로지 한 달에 120만원 남짓 버는 아버지 몫이다.

정씨가 노조에 가입한 것은 2008년. 같은 컨베이어 맞은 편에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업무는 과중한데도 처우는 형편없는 현실에 부당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씨에게 차별은 일상적이었다. 6~7㎏ 나가는 무거운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일은 으레 그의 몫이었고, 2시간 업무 후 20~30분씩 쉬는 정규직과 달리 2시간을 일해도 10분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새 작업복과 작업화도 정규직의 절반만큼만 줬다. 한 달에 3,4차례 주말근무를 자원하지만 그의 연봉은 3,000만원 정도로 비슷한 경력 정규직의 60% 수준이다. 노조에 들어간 뒤로는 관리자들의 차별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휴식시간에도 화장실 출입을 막기도 하고 회식 때 노조원들을 빼놓기도 한다는 것.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해도 어림없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꼴"이라며 관리직들은 은근히 노조탈퇴를 종용하기도 한다. 정씨는 "(아산공장이) 울산이나 전주공장보다 인원은 적지만 점점 노조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같은 일을 하는 만큼 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거세지는 정규직화 요구, 원청업체는 뒷짐

현대차 아산공장의 정규직은 2,700여명. 그러나 14개 사내하도급업체에 속한 1,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들과 똑같은 일을 한다. 지난해 7월 원청업체(현대차)가 사내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을 책임지라는 대법원의 판결은 이곳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뭉치게 했다. 지난해 11월 첫 파업을 했고 12월에는 공장을 점거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업에 참가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중징계. 300여명의 노조원 중 197명이 징계를 당했다. 해고자만 39명에 달한다. 점거농성 때 회사측 관리자들과 용역직원들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끊어진 이도 많았다고 한다. 중상으로 입원한 이만 15명이 넘는다. 하도급회사들은 이들에게 각각 2,000만~3,000만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속한 변호사와 노무사 6명이 실태조사를 위해 이날 천막농성장을 찾았을 때 이들은 "대법원 판결대로 현대차가 우리를 고용하라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입을 모았다. 8년 경력으로 지난달 2개월 정직을 당한 김기현(31)씨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원청업체인 현대차"라며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리지 모르지만 원청을 상대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청업체인 현대차나 하도급업체 모두 이들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외면하고 있다. 한 하도급업체 사장은 "정규직과 이들은 입사과정도 다르고 계약관계도 다른 만큼 원청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징계를 내린 것은 사장으로서 가슴 아프지만 규정을 지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조업의 도급을 불법으로 보는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회사가 입은 손실에 대해 도급업체에 책임을 묻고 도급업체가 직원들을 징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의 문은영 노무사는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측의 부당한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고 정규직과의 갈등도 은연중 부추기고 있었다"며 "원청업체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들의 처우개선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산= 글ㆍ사진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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